공기연장 추가비용 불인정에 업계 신음

　전문가, 적극적 청구권·소송 행사 필요

　/내년 상반기 소송 결과 따라 결론날 듯

　“국가가 건설산업을 기만하는 것이다. ‘갑’이 아니라 ‘슈퍼갑’이라도 잘못된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종합건설사는 물론 전문건설사들과 다 같이 모여 정부를 상대로 시위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대한건설협회가 공기연장 간접비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6일 개최한 간담회 참석자들의 지적이다.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기업의 한 임원은 “아침 중역회의 때마다 주제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인데, 국가가 당연히 부담할 법적 책무를 외면하면서 업계가 신음하고 있다”며 “무수히 건의했지만 해법이 막막한 상황에서 선택은 소송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사지로 몰린 일부 건설사의 관련 계약금액 조정신청이 늘고 신청까지 막긴 어렵다는 발주기관의 인식도 자리잡고 있지만 한계는 여전하다. 건설사는 발주기관 눈치를 보고 발주기관은 정부와 감사당국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 곳도 선뜻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신영철 국책사업 감시단장이 작성한 최근 논문(동국대 박사학위)를 보면 발주기관, 시공사, 기타 건설관련자 197명을 대상으로 ‘소속기관별 공기연장 추가비용이 반영되지 않은 이유’를 물은 결과, 발주자가 싫어하기 때문이란 응답(39%)과 발주자를 설득하지 못해서란 응답(24%)이 63%였다.

　시공사가 청구하지 않기 때문이란 응답(20%)까지 합치면 10곳 중 8곳(83%) 이상이 발주기관 눈치 탓에 계약금액 조정이 어렵다고 답한 셈이다.

　다른 건설사의 임원은 “실비로 정산해도 실제 투입비용의 30~40%는 포기해야 하는데, 발주기관들은 ‘덜 주거나 아예 안 주면 괜찮지만 더 주면 감사에 걸린다’며 조정신청에 아예 난색을 표한다”고 답답해 했다.

　계약조정 신청을 하면 유무형의 압박에 시달리는 것도 통례다.

　신영철 경실련 단장은 “적극적 청구권 행사만이 해법이지만 눈에 안 보이는 발주기관의 우월적 지위와 시공사가 권리를 주장할 시스템적 장치 미흡 등을 고려할 때 실제 현장에서 가능하겠느냐”며 “그래도 과거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때처럼 계속 청구권을 주장하는 길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우성권 인하대 교수는 “뿌리깊은 갑을관계상 업계가 추가비용을 보전받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소송만이 해법이며 법률적으로 어느 쪽이 합당하냐에 따라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1심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해법이 빠르게 가닥을 잡을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법무법인 율촌의 정유철 변호사는 “2010년 9호선에서 문제가 터질 때만 해도 시기상조란 판단 아래 소를 취하했지만 최근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특히 내년 상반기 1심 소송에서 건설사가 승소한다면 관련 소송이 급증하면서 실비를 인정받을 여건이 만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일각에서는 같은 처지의 전문건설업계와 공조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공기연장 비용 불인정 문제는 원도급사에 이어 하도급사, 2차 협력사, 건설근로자까지 치명상을 입히는 사안이며 전문건설 업계와도 공조해 강력히 대응하자”고 제안했다.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법령상 의무마저 기피하는 재정부를 움직일 방법은 국회 등 정치권과의 연계뿐이란 지적도 나왔다.

　건협 관계자는 이런 지적들에 대해 “업계 피해를 막을 소송 대비 가이드라인을 배급하는 등 정당한 권리를 찾자는 인식전환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발주기관의 규정 준수도 지속적으로 건의할 것”이라며 “근본적 대안으로는 총사업비관리지침상 발주기관의 재정부 사전협의 부담을 완화하고 ADR(대안적 분쟁해결) 등의 조정제 및 클레임 활성화 방안 등을 찾아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스>

　공기연장 추가비용 손실 막을 자구책은?

　계약금액 조정신청·준공 때 이의신청권 고수해야

　건설업계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공기연장에 따른 추가비용 보전 문제를 조금이라도 피할 방법은 없을까?

　준공대가 수령 이전에 서면을 통해 계약금액 조정신청을 반드시 하고 준공합의서 작성 때 이의신청권 포기 등과 같은 시공사 권리 제한 문구를 절대 넣으면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6일 대한건설협회와 관련 전문가들이 공기연장 추가비용 관련 소송 판례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마련한 ‘간접비 소송대비 유의사항’을 보면 업체 차원의 대응방안 1순위는 계약금액 조정신청이다. 공기연장 추가비용을 둘러싼 소송은 조정신청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예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정신청은 준공대가를 받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한다. 장기계속공사라면 차수별 준공대가를 받기 전에 매번 해야 한다.

　투입비용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증빙서류 확보도 기본이다. 급여 연말정산서, 임금지급대장, 공사감독의 현장확인복명서, 인력투입계획서, 요금고지서, 영수증, 보증수수료 영수증 등을 조정신청 때 서면으로 첨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준공 시점이나 변경계약서 작성 때 합의서에 시공사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는 문구 삽입 여부도 주의해야 한다. ‘하등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등과 같은 권리포기 문구를 각서에 담을 경우 향후 분쟁 때 악용당하기 때문이다. 합의서에 ‘비용 청구에 관해서는 법원 등 제3의 기관 판단에 따라 해결한다’는 문구와 같이 분쟁 발생 때 해결절차와 수단 등을 명시해 두면 금상첨화다.

　법무법인 율촌의 정유철 변호사는 “정부 차원의 제도개선이 이뤄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건설사들이 그때그때 관련 서류 등의 준비만 내실있게 해도 향후 소송에서 충분히 승소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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