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에너지 전문가들은 저탄소 녹색성장의 정책 기조를 폈던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 같은 결과는 최근 국회기후변화포럼(대표의원 정두언)의 부설기구인 기후변화정책연구소(소장 제종길)가 지난 9~10월 서울대 윤순진 교수에게 의뢰해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정부기관, 국회정당, 지자체, 정부연구소 등 정부부문 64명(37.2%), 경제단체, 배출기업, 공기업, 기업 연구소, 녹색업계 등 기업부문 48명(27.9%), 시민단체, 학계, 언론 등 시민사회부문 60명(34.9%) 등 총 172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번 조사결과,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정책에 대해 ‘보통(5점 만점에 3.0점)’이라고 응답했다. 부문별로는 정부와 기업은 ‘보통 이상’으로 평가한 반면, 시민사회는 2.6점으로 ‘보통 이하’로 평가했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3.2점으로 ‘보통 이상’이었고, 기후변화 적응정책과 에너지정책은 각각 2.9점과 2.7점으로 ‘보통 이하’의 평가를 받았다.

◆ “4대강은 기후변화에 효과적이지 않았다”
이번 조사결과, 정부가 가장 잘한 정책은 온실가스 국가감축목표 설정이 첫 번째로 꼽혔고, 온실가스 목표관리제와 녹색성장 전략이 뒤를 이었다. 못한 정책으로는 원자력 정책과 전력수급정책, 신재생에너지정책이었다.

기후변화 적응정책에서는 기수변화 취약성 대책과 재해 대책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특히, 4대강 사업이 기후변화 적응에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응답(56.4%)이 효과적이었다는 응답(20.9%)보다 2.5배 많았다.

온실가스 감축정책에서는 2020년 전망치(BAU) 대비 30%를 감축하겠다는 정부의 목표가 낮다는 응답(25.2%)보다 높다는 응답(40.1%)이 더 많았다. 배출권거래제의 시행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2.9%는 관련 법률대로 2015년이 적절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기업의 64.5%는 시행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답변해 이해관계에 따른 입장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적인 제도를 묻는 질문에는 전문가의 38.4%가 배출권거래제를 선택했으며, 이어 탄소세(36.6%)와 목표관리제(20.3%)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46.6%는 탄소세를, 33.3%는 배출권거래제를 선택했다.

◆ 전력위기 해결은 수요관리가 우선
정부의 수요관리 정책에 대하 부정적인 응답이 52.9%로 나타났다. 긍정적인 답변은 9.9%에 불과했다. 부정적인 응답이 긍정적인 응답에 비해 5배 이상 많았다.

특히, 정부가 수요관리에 대해 잘하지 못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정부, 기업, 시민사회 모두 신재생에너지 공급목표(2020년 6.08%)가 다소 낮다고 인식하고 있었으며, 보급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 답변(57.0%)이 긍정적인 답변(10.5%)보다 많았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4.7%)는 작년까지 시행했다가 폐기된 발전차액지원제도(16.9%)로 돌아가거나. 올해부터 시행하기 시작한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도(28.4%)를 강화하기 보다는 두 제도를 혼합하거나 병행 시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전력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공급정책(34.3%)보다 적극적인 수요관리(65.7%)가 더 우선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현행 전기요금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10명중 9명(88.3%)은 인상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동결하자는 답변은 11.7%에 그쳤다. 특히, 기업은 동결을 지지하는 응답자가 3배 이상 많았다.

인상 이유로는 생산원가에 맞는 현실화가 40.1%, 에너지절약 유도 목적이 32.2%, 인상은 하되 누진제 강화를 통한 차별적 인상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27.6%로 나타났다.

◆ 녹색성장 아이콘 ‘원전’ 현 수준 동결해야
원자력 정책과 에너지믹스와 관련해서는 정부(+0.1)와 기업(+0.5)은 원자력 정책이 기후변화 대응에 효과적이라고 응답한 반면, 시민사회는 부정적인 입장(-0.7)을 보였다.

원자력 발전은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을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이었다. 중동에 원전 수출계약을 성사시킴으로써 역사상 최초로 원전건설 수출계약을 맺었고, 국내에도 원전확대를 통한 전력공급 확대를 추진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확대되고,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저해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번 조사는 이러한 사회적 이해관계가 뚜렷하게 반영하는 결과라고 분석된다.

향후 원전 확대·동결·폐쇄 입장에 대해 현 수준 동결이 40.7%로 단계적 폐쇄(36.0%)와 지속적 확대(23.3%)보다 많았다. 이같은 인식은 부문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기업은 확대(42%), 정부는 동결(52%), 시민사회는 폐쇄(57%)를 지지했다.

2030년 1차 에너지원별 구성비율에서 정부는 원전이 27.9%, 신재생에너지가 25.8%를 구상했고, 기업은 원전을 30.2%, 신재생에너지를 19.0%를 전망치로 제시했다. 시민사회는 원전(25.1%)보다 신재생에너지(26.2%)를 더 많은 비율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