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대한전선이 최대주주 자리를 걸고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한전선은 오는 12월 12일 347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끝나면 최대주주가 기존 대한시스템즈에서 대한광통신으로 바뀌게 된다. 대한광통신이 최대주주로 보유하게 될 대한전선의 지분은 11.4%다. 대한시스템즈와 오너가(家)의 지분율은 7%대로 줄어든다. 고(故) 설경동 대한전선 창업 회장이 1955년 회사를 설립한 이래 최대주주 자리가 바뀌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오너인 설윤석 대한전선 사장이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배수진을 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모펀드 투자자금 유치를 위해 최대주주 자리까지 내놓는 승부수를 띄웠다는 것이다. 대한전선은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해 “대한전선 계열 구조는 변동이 없을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도 형식상 최대주주 변동일 뿐 실제는 투자 유치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회사의 펀더멘탈에도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대한광통신은 대한전선 유상증자에 전체 8000만주 중에서 최대 1200만주 규모로 참여하게 된다. 발행가액 기준으로 약 520억원 규모다. 대한시스템즈로부터 신주인수권(워런트)을 매입하고 유상증자 구주주 청약에 참여하는 구조다. 대한광통신 관계자는 “경영권이나 지배구조의 변화가 아닌 사실상의 사모투자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현 경영진이 경영권을 종전과 같이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대한광통신 입장에서는 저평가된 대한전선에 투자하고, 최대주주의 지위 확보를 통한 경영권 프리미엄과 동시에 영업적 시너지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한전선 유상증자에는 일본 최대 전선회사이자 글로벌 전선업계 3위권인 스미토모전공이 참여한다. 스미토모는 대한전선과 양자간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대한전선의 최대주주인 대한시스템즈로부터 지난달 23일 210만2734주에 해당하는 신주인수권증서를 취득했다. 이 신주인수권증서는 대한전선 유상증자와 관련해 구주주에게 배정된 것이다. 스미토모는 증자 작업이 마무리되면 약 2%의 대한전선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또 내년 상반기쯤 추가적인 전략투자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미토모는 대한전선과 기술력·제품 부문의 제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분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이번 증자가 완료되면 대한전선의 부채비율은 600%대에서 300%대로 개선되고 추가적인 재무개선 효과를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한전선의 유상증자는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하나대투증권 등 9개 증권사가 잔액을 인수한다. 12월 3~4일 이틀간 우리사주와 구주주의 청약이 이뤄지며, 이후 6~7일 이틀간 일반공모 청약이 진행되며, 11일 대금이 납입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최종 발행가액은 1주당 4345원으로 총 8000만주에 금액은 3476억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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