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포 다 빠진 건설기업 금융지원책은 ‘생색내기’

　건설업계, 현 대책으로는 실질적 효과 힘들어

　/대기업·위기건설사 제한 풀고 한도 늘려야

　#1. 신용보증기금의 보증비율이 50%에 불과한 워크아웃사에게 브릿지론 보증은 ‘그림의 떡’이다. 나머지 50% 신용을 채울 길이 막막한 탓이다. 금융감독원의 ‘워크아웃 건설사 정상화를 위한 MOU(양해각서) 개선 가이드라인’도 제2금융권(저축은행중앙회)이 빠지면서 별 도움이 안 된다는 불만이 높다.

　#2. 정부가 3조원으로 한도를 늘린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도 ‘차 떼고 포 뗀’ 탓에 발행실적이 급락세다. P-CBO를 발행하려면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좋은 대형사 참여가 필수지만 경제민주화 논란 속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건설사가 배제된 데다 다른 대형사의 보증여력마저 거의 바닥난 탓이다.

　정부의 ‘건설업 금융지원 강화방안(8·13대책)’이 겉돈다는 비판이 거세다.

　실제 신용보증기금의 브릿지론 보증여력(약 5000억원) 대비 실적은 370억원(7개사)에 그쳤고 건설업 P-CBO도 금융지원책(8·13대책) 발표 후 급감한 데 이어 6차 발행마저 연기되는 사태에 직면했다.

　대한건설협회와 한국주택협회는 이런 내용의 ‘건설업 금융지원 강화방안 추가지원 건의서’를 금융당국과 신용보증기금에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현 지원책의 대폭적 보완이 없이는 실질적 지원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브릿지론 보증은 워크아웃사 차별 해소가 급선무로 지적됐다. 정부가 업계 건의를 수용해 P-CBO 문호를 워크아웃사에 개방했지만 신보 보증비율이 일반기업(85%)과 달리 50%로 제한하는 바람에 실제 워크아웃사 참여실적은 전무하다. 채권기관 눈치를 봐야 하는 워크아웃사가 나머지 50% 보증을 주거래은행에 요구, 관철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양 협회는 브릿지론과 P-CBO, 기타 신보의 보증의 한도를 별도로 운용할 것을 주문했다. 일례로 신보 자체 기준상 BBB-등급 중견건설사의 전체 보증한도인 500억원 제한 아래에서는 P-CBO를 450억원 이용하면 브릿지론 보증은 50억원만 받을 수 있고 그마저 다른 보증실적이 있다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나아가 300억원인 브릿지론 보증한도 자체도 500억원까지 늘리고 공공공사 대금채권뿐 아니라 민간공사까지 채권범위를 넓힐 것을 요청했다.

　KT나 민간 상장기업 중에 공기업을 능가하는 신용을 갖춘 곳이 많은 점을 고려해 보다 탄력적으로 운용해 이용률을 높이자는 제안이다. 외감대상 자산 100억원 이상, 회사채 BB등급 이상 등으로 대상기업을 제한하면 리스크 회피도 가능하다는 논리다. 또 대금지급이 확실한 재건축·재개발공사도 대상으로 편입할 만 하다는 제안이다.

　P-CBO 발행 촉진책으로는 경제민주화 바람 아래 배제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대기업 허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P-CBO 발행에 반드시 필요한 시평 상위 100위권 건설사만 해도 대기업 계열 39개사와 워크아웃·법정관리 20여곳을 빼면 절반 가량만 남는다. 게다가 P-CBO나 브릿지론 보증 등을 한번이라도 받은 곳은 실제 심사에서 배제되는 탓에 중견 이상 건설사를 가세시킬 방법이 막막하다. 신청률이 떨어지고 발행이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란 게 업계 평가다.

　양 협회는 국민주택기금 차입을 통해 공공건설임대주택을 짓는 건설사에 대해서도 기금차입 부채를 총차입금 기준에서 배제해 불이익을 막을 것을 주문했다.

　정부가 금융지주회사 회장단과 만나 조치한 일시적 유동성 부족 건설사에 대한 만기연장, 신규자금 지원 약속(8월21일)의 이행을 위한 지도감독과 금감원이 은행연합회와 함께 제정한 워크아웃사 정상화 가이드라인(8월23일)의 보완도 요청했다. 채권단, 대주단의 다른 한 축인 저축은행중앙회 등의 제2금융권이 가이드라인 합의에서 빠지면서 이들의 반대로 건설사 지원책이 무산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건협 관계자는 “건설기업에 대한 정부의 금융지원책이 건설업만을 위한 특혜가 아니라 설비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건설투자만이라도 촉진해 고용창출, 경기회생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란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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