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RPS공급의무기관 중 의무량이 많은 한전 발전자회사들의 올해 의무량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발전사들에 따르면 현재 기준으로 태양광은 대부분 70% 이상 의무량을 달성했지만, 태양광을 제외한 나머지는 20%도 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발전사들의 경우는 의무량 중 최대 30%까지 허용된 비이행량을 내년으로 이월해도 과징금을 낼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사 관계자들은 “태양광을 제외하고는 자체 건설도 여의치 않고, 외부에서 공급인증서(REC)를 사려고 해도 물량이 없어 의무량을 채우기가 도저히 힘들다”며 “앞으로 2~3년은 과징금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육상풍력 환경규제·연료전지 경제성 낮아= 육상풍력의 경우 올 여름 환경부가 내놓은 육상풍력발전시설 입지선정 가이드라인(안) 때문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가이드라인에서는 풍력발전시설을 산지에 설치할 수 없도록 규제해 현재 인허가가 진행 중이거나 사업성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사업은 모두 보류된 상태다.
뿐만 아니라 환경부가 ‘전국 생태자연도 고시’ 개정을 통해 생태자연도 1등급지의 범위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어서 육상풍력발전 가능입지가 더욱 축소될 것으로 우려된다.
그나마 최근 지경부와 환경부가 인허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26건의 육상풍력 사업 중 생태자연도 1등급 규제에 묶인 11건 등에 대해 합동조사를 실시해 규제를 완화해 주기로 했지만, 아직도 육상풍력 건설에 탄력이 붙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사 중에서는 남부발전이 가장 앞서가고 있지만, 이번 환경규제에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남부발전은 ‘국산풍력 100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5월 태백풍력(18MW)의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올 연말쯤 제 2호 단지인 창죽풍력(16MW)도 준공할 계획이다. 내년 평창(26MW), 무주(24MW), 정선(40MW)에 이어 2014년에는 김천(20MW), 봉화(40MW), 삼척(40MW) 등을 추진할 예정이지만, 아직 상황이 녹록치 않다.
서부발전도 전남 화순에 20MW 규모로 풍력단지를 건설 중이고, 내년 2월쯤에나 준공할 예정이다. 또 중부발전이 양구풍력과 제주상명풍력을 추진 중이며, 동서발전은 영광풍력(20MW)을 추진 중인 가운데 내년 9월에나 준공될 예정이다.
연료전지는 상황이 더 안 좋다. 도시가스를 연료로 이용하는 연료전지는 가스요금이 워낙 비싸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 현재 100MW 이상 설비에 대해서만 가스공사로부터 발전용 요금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돼 있고 그 이하는 도시가스사로부터 공급받게 돼 발전용 요금체계를 적용해 달라는 게 발전사들의 주장이다.
한수원이 포스코에너지, 삼천리와 함께 함께 SPC로 설립한 경기그린에너지가 경기도 화성시 발안산업단지에 58.8MW규모의 연료전지발전소를 내년 12월 준공할 예정이며, 남동발전이 분당복합화력에 3MW 연료전지발전소를 건설하는 게 거의 유일하다.

◆‘바이오매스’가 대세...REC 100% 보전여부가 관건= 한수원을 제외한 5개 발전사는 앞으로 2~3년간 바이오에너지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상반기 RPS 실적에서 1위를 기록한 서부발전의 경우 2010년 12월 태안화력 3,4호기에 석탄과 바이오매스 혼소 발전을 적용해 가동 중에 있다. 또 태안화력 1,2호기에도 목질계가 아닌 유기성 고형연료(하수슬러지)를 이용한 혼소 발전을 추진 중이다.
중부발전도 지난 7월 보령화력 7, 8호기(1000MW)에 하수슬러지를 이용한 유기성 고형연료를 혼소해 발전하고 있다.
동서발전도 동해화력발전본부 인근에 우드펠릿을 이용한 30MW급 바이오매스 전소 발전소를 건설 중이며, 내년 7월 완공 목표다.
남동발전 역시 삼천포화력에 우드팰릿을 활용한 혼소 발전을 앞두고 있다. 남부발전도 하동화력은 1~4호기를 대상으로 지난 10월 우드펠릿 혼소설비 설치공사를 마무리하고, 발전에 들어갔다.
바이오혼소 발전의 경우 발전효율이 높아 태양광과 풍력 등 효율이 낮은 신재생에너지설비보다 발전량이 많다.
하지만 문제는 혼소한 만큼 100% REC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500MW 발전소의 경우 3% 혼소를 통해 약 15MW의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가동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셈이지만, 전력거래소가 이를 전부 인정해 주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발전사 한 관계자는 “바이오매스 혼소의 경우 신재생에너지설비 건설비용이 별도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우드팰릿 등 바이오매스연료의 경우 오히려 석탄보다 비싼 연료라는 점을 인정해 비용평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이 더 큰 문제...과징금 유예 의견도= 발전사들은 시행 첫 해인 올해부터 내년까지 의무량을 달성하기 가장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태양광의 경우 어느 정도 시장이 안정화 돼 외부에서 구매하거나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통해 의무량을 충당할 수 있지만, 비태양광은 바이오매스를 제외하고는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서부발전의 경우 지난해 착공한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설비가 2015년에나 준공하고, 가로림조력도 환경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중부발전의 경우 폐기물에너지 중 화석연료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폐가스인 부생가스를 활용한 발전사업에 지분을 투자했지만, 아직 공급인증서 거래제한에 묶여 있어 법개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가장 심각한 건 한수원이다. 올해는 발전용량 5000kW이상의 대수력을 통해 REC를 대거 확보했지만, 내년부터 의무량이 늘어날 경우 대책이 없다는 게 한수원 측 설명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다른 발전사들의 경우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혼소나 전소발전이 가능하지만, 한수원은 태양광과 소수력, 연료전지 정도밖에 할 게 없다”며 “내년부터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