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예산 증액 등 획기적 유인책 시급

　전 세계적 기후변화 대응책이 중장기적으로는 건설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18일 ‘기후변화에 대응한 건설산업의 역할 모색과 과제’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지적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녹색성장 정책은 신성장동력 찾기에 목마른 건설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발생빈도와 강도가 높아진 태풍, 폭염, 폭설 등의 재해을 막기 위한 방재투자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시설 투자, 건축물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리모델링 및 개보수 투자를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투자를 유발한 동력인 온실가스 저감 등의 친환경 관련 규제들은 공사비·자재가 상승을 수반한다. 한정된 정부, 지자체, 공기업, 민간기업의 재원 특성상 원가가 오르면 파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강화된 에너지 효율 관련 기준만 해도 새 건축투자를 유발하고 있지만 공사비, 자재가 상승과 완공 후 유지관리 부담이 가중되면서 기존의 신규 인프라투자비를 깎아먹는 등 결과적으로 건설총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도로, 철도, 항만 등의 하천 외 인프라투자 감소나 유지보수 예산 증가로 인한 신설 투자 감소에서 보듯이 관련 예산의 획기적 확대의 이면에는 나머지 분야 예산 감축이 자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탄소배출권제도 역시 배출권 구입비의 제조원가 반영으로 시멘트, 철강재 등의 단가상승으로 인한 수요위축과 연관산업 투자 저감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작업여건 변화도 원가상승 유발요인이다. 폭염, 폭설, 한파, 태풍 등으로 인한 작업일수 감소와 공기지연 등도 만만치 않은 탓이다.

　권오현 연구위원은 “녹색성장 바람은 사회 전체 원자재의 30%가 투입되는 건설산업, 총 에너지 소비의 40%를 점유하는 시설물 비중, 이미지 쇄신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거스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건설업계로선 사업 기회 증가의 이면에 자리한 건설비 및 자재가 상승 등을 직시하고 면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치밀한 시장 모니터링을 거쳐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새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 투자와 파이낸싱 능력 제고 등의 노력도 필수란 설명이다.

　정부 역시 공사비 절감 등의 근시안적 안목을 버리고 생애주기에 걸친 장기비용을 고려한 정책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부 대책으로는 생애주기 비용을 반영한 공공발주, 왜곡된 에너지가격 구조 개편, 공공 부문의 선도적 투자, 기후변화 관련 인프라예산 확대 등을 주문했다. 특히 정부 예산의 1% 내외에 불과한 방재 관련 예산만 해도 예방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어도 3% 수준으로 늘리는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관련 투자총량 자체를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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