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건설기능인력 살림살이 더 팍팍해진다

　건산연, 2013년 임금상승률 올해 절반에도 못 미쳐

　/외국인 불법취업자 고려하면 하락 분석도

　건설현장 기능인력들의 살림살이가 내년에는 더 팍팍해질 전망이다.

　내년 일당 상승률 전망치가 올해의 절반에도 못 미친 데다 건설현장의 불법 외국인 취업자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떨어질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도 건설 기능인력의 일일 임금(8시간 기준)을 숙련인력 11만6629원, 비숙련인력 8만3975원이라고 14일 전망했다.

　임금 상승률 전망치는 숙련인력 2.9%, 비숙련인력 3.7%다. 대한건설협회의 상반기 임금조사 결과를 토대로 건산연이 전망한 올해 임금 상승률(숙련 7.3%, 비숙련 8.2%)은 물론 작년 건협 조사상 상승률(숙련 5.0%, 비숙련 4.7%)과 비교해도 절반 내외 수준이다.

　다른 산업과 비교해도 낮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10월까지 임금협상을 끝낸 100인 이상 사업장 481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협약임금 평균 인상률 중에 민간 부문(5.0%)은 고사하고 공공 부문(평균 3.7%)과 합친 전체 인상률(4.9%)보다 낮다. 노동부 조사에서 평균치를 밑돈 건설업종의 임금상승률(3.4%)과 비슷하다.

　주요 기관별 내년 물가상승률이 2.4%(현대경제연구원)~3.5%(HSBC은행)의 분포를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물가 오름폭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번 전망이 건설현장의 임금 하락을 주도하는 외국인 불법취업자를 제외한 내국인 기능공만의 분석치란 점을 고려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건산연이 작년말 기준으로 추정한 건설현장 불법 취업자는 12만여명으로 작년 공급된 내국인 건설기능인력(114만5000명)의 10.5%에 달한다. 건산연도 이런 변수 탓에 이번 전망치를 내국인 기능인력에 한정된 것이라고 못박았고 외국인 참여율이 높은 비숙련인력의 임금 상승폭은 전망치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와 발주기관의 예산절감을 위한 공사비 삭감 관행이 횡행한 가운데 건설업계의 덤핑경쟁까지 가세하면서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한 건설업계의 불법 외국인력 활용은 급증하는 추세다. 내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임금조사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행률을 맞추려면 값싼 외국인력 활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문건설업계의 관계자는 “표준품셈 등의 공사단가 하락에 물량난까지 겹치면서 저가하도급이 만연한 상황에서 국내 기능공 임금의 80~90%만 지급하면 시공이 가능한 외국인력은 큰 유혹일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대체가 힘든 일부 숙련공을 제외한 단순인력들을 외국인으로 대체하지 않는 한 살아남기도 어려운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발주기관의 공사비 삭감관행 아래 원도급사들은 저가하도급을 믿고 덤핑투찰하고 하도급사는 불법 외국인 고용에 의존해 저가하도급을 받아들이는 현실 아래에서는 생산구조 최하단에 자리한 건설기능공들의 생계는 더 어려워지고 젊고 우수한 건설기능공 양성 길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가 건설근로자 임금지급 확인제와 근로자 노임 구분관리제 등을 도입했지만 서명을 강요하는 방식의 편법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마디로 공사비 제값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면 편법·불법행위만 양산할 뿐 제대로 된 정책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의미다.

　심규범 연구위원은 “내국인만 보면 내년 건설기능인력은 수요가 올해보다 0.7% 늘어난 128만8000명이고 공급은 0.6% 줄어든 117만명으로 올해 못지않게 기능인력 수급이 딸리고 임금도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현장을 실사해 보면 불법 외국인력들이 광범위하게 활용되면서 기능인력 공급은 포화 상태이고 통계상 한번도 떨어진 적이 없는 기능인력 임금도 이미 떨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국진기자 ji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