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는 기술자 전체의 ICEC 점수를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개별기술자 및 발주자가 필요 시 경력관리 기관에서 점수를 산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한 건설기술자와 경력관리 기관 및 발주청의 혼란을 막기 위해 ICEC에 맞춰 입찰제도는 단계적으로 바꿔 나갈 계획이다.

　우선 기존의 등급체계와 종합평가에 따른 ICEC 점수를 혼용해 일부 발주청을 대상으로 시범 적용한 후 문제점을 보완해 현재의 기술등급체계를 폐지할 방침이라고 국토부는 밝혔다. 건설기술관리법과 건설산업기본법, 국가계약법에서 현재 기술자 등급으로 활용하는 부분도 개정을 통해 ICEC 점수로 일원화하는데 따른 혼란을 예상한 행보다.

　기존에 업 등록 요건에 포함된 기술자들은 기존의 등급을 인정하지만 이 기술자들도 새로운 업 등록을 할 경우나 업 등록 외 입찰, 현장배치 기준 등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경우 ICEC 지수로 대체하도록 했다.

  　

 ◆ ICEC 장점과 단점은

　국토부는 ICEC 제도의 장점을 크게 3가지로 꼽는다.

　우선 자격, 학력, 경력의 종합적 평가를 통해 학경력 폐지 이후 자격에만 치우쳐 높은 학력과 경력에도 불구하고 초급과 하위등급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다수의 학경력 기술자들을 역량에 기초해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경력을 시공과 용역, 국내와 해외로 구분하기 때문에 수행업무의 중요도 등을 반영한 경력의 질적 평가가 가능하고, 이 같은 구체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주자가 필요할 경우 세부 업무 분야별로 점수 산출이 가능해 특정 프로젝트에서 요구되는 인력을 선발할 때 변별력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ICEC 제도 역시 단점은 있다.

　 박하준 기술정책과장은 “정량화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도입단계에 진통이 예상된다”며 “또한 기술자 간 서열화 가능성도 있고, 기술자 간 점수로 구분할 때 89.5점과 90점 사이의 미미한 차이로 개별 기술자가 구분될 경우에 따른 문제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해외건설시장 진출 촉진과 국내 건설기술능력 제고를 위한 아주 기초적이며 기본적인 제도”라며 “국내 기술자의 지도를 만들어 적재적소의 인원이 얼마나 분포하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정책 효율성 증대와 건설시장의 질적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실적 가점제도 부활하나?

  ICEC 평가는 해외경력에 가산점을 부여한다. 올해부터 해외공사 업체실적에 가산점 제도를 없앴지만 여전히 업계의 해외시장 개척을 독려할 필요가 있어 새로운 대안으로 마련한 방안이다.

　국토부는 “해외사업은 국내사업보다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현재 해외사업은 입낙찰을 위한 PQ에 합산되지 않았다”며 “해외경력을 국내경력 대비 50% 가중치를 주는 것인데 간접적 가산점이기 때문에 입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국토부가 만든 ICEC 산출공식에 해외가점 계수를 넣는다 해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해외사업경력을 집어넣으면 80~100점 최상위 점수를 받는 기술자가 300명 가량 늘어나는 정도다. 그나마도 70점대 이하부터는 해외경력 가점이 의미가 없다. 현재 기술인협회가 구축한 경력DB로는 해외경력이 정확히 구분되지 못한 탓일 수도 있지만 해외경력 가중이 과거 해외실적 가산점제도만큼의 파급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업계는 여전히 불안한 시선을 보낸다. PQ 만점이 전체 입찰 업체의 80~90%에 달하는 현재 상황에서 미세한 차이로도 수주 당락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경력 가산점의 기준도 문제로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건설협회 자료를 통해 기술자 경력을 산출한다 해도 해건협 자료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라며 “과거 경력기간과 증빙자료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ICEC 시뮬레이션 적용해보니

  자격과 경력, 학력 등 3가지 항목을 종합해 ICEC 체제를 현행 건설기술자들에게 적용하면 최상위 점수라 할 수 있는 80~100점 기술자는 전체의 1.5%로 대폭 감소한다. 현행 특급기술자로 만점을 받아왔던 기술자 13만9721명이 8000명으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특급기술자와 기술사 자격자 간에도 경력과 학력에 따라 점수가 세분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경력이 강화되면서 기사자격증 소지자 중 과반수는 기술사 자격자와 동일한 점수대를 받고, 순수학ㆍ경력자는 전체 점수 중 20%에 해당하는 자격점수를 전혀 받을 수 없어 전반적으로 낮은 점수대를 형성하는 점이 특징이다.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최상위 점수 80~100점은 거의 기술사의 몫이다.

　90~100점 구간대의 총 인원은 492명으로 이 중 491명이 기술사 출신이다. 80~89점대(7652명)에서는 기술사가 7140명, 기사 자격자가 512명이다.

　70~79점대(3만5735명) 역시 기술사 5388명, 기사자격자 3만216명, 산업기사 자격자가 130명이고 순수 학경력 기술자는 1명이다.

　즉 기술사는 대부분 70~89점을 받고, 기사는 40~69점, 산업기사는 30~59점, 순수학 경력 기술자는 20~49점에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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