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등록증 불법대여가 횡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위반 이익이 적발 때 손실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건설업 등록증을 빌려주면 300만~500만원의 수수료를 챙긴다. 법인세 등 세금도 낼 필요가 없다. 건축주로선 자재비 등 시공과정에 붙는 부가세, 산재·고용보험료 등 각종 세금을 절감한다.

　등록증을 빌려주고 받는 업체와 건축주에게 모두 유리하다. 불법사실이 적발돼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고작이다. 1년 정도 활동하고 폐업한 후 새 회사를 차리는 면허대여사 특성상 등록말소 처분도 무의미하다.

　적발도 어렵지만 적발, 처벌해도 국민적 관심이 낮아 수사진이나 세무관서에겐 ‘품만 많이 가고 생색은 나지 않는 업무’다. 소홀할 수밖에 없다.

　이런 허점을 노린 불법대여가 활개치면서 경기침체로 신음하는 중소건설업계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한다.

　건협 경기도회가 2011년 도내 건설실적을 분석한 결과, 10여개 남짓의 1~2년차 신생 불법대여업체가 전체 실적의 13.7%를 가져갔다. 모두 무면허 불법시공 실적이다.

    도회 관계자는 “세금을 제대로 내는 정상업체와 불법대여사간 단가경쟁이 안 되고 건축주마저 탈세 혜택이 큰 불법시공을 선호하는 탓에 시군별 협의회 회의 때마다 폐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답답해 했다.

　작년 실적을 토대로 가려낸 의혹업체는 18곳(30건 이상 착공사), 100건 이상 착공한 12곳만 선별해 등록이 살아있는 10곳을 고발했지만 현재 처벌받은 곳은 1곳뿐이다.

　작년 311건의 건축물을 착공한 서울의 S사는 유죄판결로 벌금 500만원만 냈다. 대여 1건당 수수료를 400만원으로만 잡아도 12억4400만원을 챙기고 500만원만 뱉어냈다. 혐의 입증이 어려워 서울 남대문세무서의 탈루세금 조사와 추징이 제대로 될 지도 의문이다.

　8건은 피의자 잠적 등의 이유로 기소가 중지되거나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어렵긴 마찬가지다. 나머지 1곳은 아예 1심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까지 받았다.

　작년 한해 착공실적만 667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1.83건씩 착공한 기록의 A사에 대한 터무니없는 1심 판결에 경기도회는 항소했고 경기고등검찰청이 재수사에 착수했다. 반면 혐의가 입증돼도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이 고작이다.

   도회는 국토부의 전면 조사에 앞서 올해 상반기 착공실적을 자체 조사해 12곳의 불법대여 혐의업체를 적발했다. 관련 기관에 명단을 전달하고 고발까지 준비 중이지만 혐의가 입증돼 합당한 처분이 내릴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12개 혐의업체 중 3분의1인 4곳이 올해 초 이미 도회가 고발했던 작년 면허대여 의혹업체였기 때문이다.

　타격을 줄 대안은 세금폭탄뿐이다. 대여업체는 물론 건축주의 누락세금까지 추징해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을 환수하고 징역형까지 내려야 대여행위를 뿌리뽑을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도회는 관련 세무관서와 연계해 세금을 탈루한 건축주에 대한 추징방안까지 찾고 있다. 그러나 살인, 대기업 탈세사건 등의 사건에만 골몰하는 경찰, 검찰, 세무관서의 의지를 기대하긴 힘든 처지다.

　획기적 해결책이 없을까?

　알선업체 처벌 방침에 더해 관계기관과의 공조방안까지 찾고 있는 국토부의 노력은 고무적이란 게 업계 평가다. 그러나 알선업체는 지금도 공범으로 간주해 동시처벌이 가능하다. 상습 면허대여 행위자를 색출, 처단할 관계기관의 의지가 절실하다.

　건협 관계자는 “소규모 건축이 활발한 수도권, 충청권 등을 중심으로 10여개 건설사들이 매년 개·폐업을 반복하며 자행하는 불법행위 특성상 합동기획수사팀을 만들어 일망타진하는 등의 획기적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상반기 불법대여 혐의사 중 124건을 착공한 서울 E사와 93건을 착공한 인천 J사의 전직 대표자 이름이 동일하고 적발된 12개 업체 중 1년여 사이에 대표자 이름이 바뀐 곳만 7곳에 달한 것은 소수의 범죄커넥션이 있다는 방증인 탓이다.

　정부 차원의 예방시스템 구축이 더 시급하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건축착공 신고 때 신고량이 많은 건설사를 블랙리스트로 별도 관리하며 기술자 중복 여부 등의 사실관계를 조회한다면 상당부분 잡아낼 수 있다. 세무관서도 의심스런 건축주의 공사대금 지급 관련 금융자료만 확인하면 탈세 여부를 가려내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아가 건설현장의 건축감리자나 담당 공무원으로 하여금 무면허시공 여부를 확인토록 의무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문제는 모든 착공서류를 교묘하게 꾸민 불법사를 가리지는 못한 채,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만 유발할 수 있는 점이 국토부의 고민이다. 건축주와 시공사에 얽매인 신세인 감리자의 적극적 단속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국토부는 경찰 쪽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해법이란 판단 아래 이를 고민 중이다.

　결국 범법행위를 척결할 관계당국의 의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중소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시장 교란이나 국민적 피해로만 따지면 견실한 업체의 수주를 막고 부실공사 우려와 하자담보책임 갈등을 키우는 무면허시공이 정부가 매년 대대적으로 단속·처분하는 부실건설사 문제보다 더 심각하다”며 “정부, 지자체, 경찰, 국세청이 강력한 의지를 발휘해야 하며 이를 이끌어낼 유인책도 정부 차원에서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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