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신도시 한 버스승강장 제작 설치 공사에서 순수 건설공사업자들은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발주처가 이를 물품구매로 발주를 했기 때문이다. 발주처는 물품으로 발주하더라도 실제 건설공사를 수행하기 위해 입찰 참가 업체에게 공사업 면허를 요구해야 했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

　#. 한 아파트 승강기 제작 및 설치 공사도 승강기를 설치하는 건설공사였지만 물품구매로 발주돼 순수 건설공사업자는 입찰에 제한을 받았다. 또 물품제조업과 동시에 승강기설치공사업 면허도 요구해 순수 물품제조업자도 입찰 참여를 못했다.

　발주처가 실제 시설공사임에도 물품구매로 발주해 건설업자가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이 줄어들 전망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일 시설공사와 물품구매가 섞여 있는 계약에 대해 목적에 맞게 발주방식을 결정하도록 판단기준을 마련하라고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공사와 물품구매가 혼합된 경우 발주방식에 대한 법적 기준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조달청 등 발주기관은 재료비와 노무비의 비중을 고려해 재료비 비중이 높으면 시설공사도 물품으로 발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법에 근거한 기준이 아니라 발주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조치다.

　명확한 근거가 없다 보니 재료비 비중이 노무비보다 높더라도 시설공사로 발주되는 일도 있다.

　권익위 조사에 따르면 시설공사로 발주된 건설공사도 재료비와 노무비만 따지면 재료비 비중이 평균 82.35%에 달한다.

　하지만 수요기관이 신속한 공사와 예산절감 등의 이유로 물품구매 발주를 선호하면서 실제 건설업계에 과도하게 입찰 참여를 제한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실제 건설공사라고 하더라도 발주가 물품으로 되면 입찰 자체를 참여할 수 없다”면서 “발주방식을 공사로 할지 물품으로 할지는 전적으로 발주처 마음”이라고 말했다.

　물품으로 발주된 공사는 시공실적으로도 인정이 안된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6월 “물품 계약은 건설공사에 해당하지 않아 시공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권익위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시설공사와 물품구매 등에 대한 정의 규정을 신설하는 등의 발주방식 판단기준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또 시설공사를 물품제조나 구매로 발주하지 못하도록 입찰공고 시에 발주방식 준수의무를 ‘정부 입찰계약 집행기준’과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집행 기준’에 포함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아울러 공사나 물품, 용역 등 계약 목적이나 겹치거나 혼합된 경우에는 주된 목적으로 발주방식을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계약법에 신설하는 방안도 권고안에 포함했다

　한편 권익위는 공공기관이 물품구매와 관련한 계약과 관련, 기술지원확약서를 발급하는 과정에서 계약낙찰자와 기술개발자 사이에 발생하는 대가지급 관련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주처와 기술개발자간에 체결하는 기술지원협약서에 협약 금액 명기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재정부와 행안부에 권고했다.

권해석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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