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중 하나인 영주댐 턴키공사 입찰 과정에서 일부 담합을 한 건설사들이 다음달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는다.

　31일 공정위와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삼안, 도화엔지니어링 등 4개사에 과징금 납부명령 등을 담은 심사보고서<사진>를 발송했다. 담합을 주도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에는 과징금과 함께 시정명령을, 설계사인 삼안과 도화엔지니어링에는 시정명령만 내렸다.

　이들은 지난 2009년 7월 수자원공사가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방식으로 발주한 영주다목적댐 건설공사 입찰에 참가했다.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영주댐 공사 입찰에 참여하면서 2009년 9월말부터 10월까지 기본설계의 세부내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공사는 실제 두 업체만 응찰했고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2214억원에 따냈다.

　공정위가 입수한 양사의 합의서에는 △여수로 감세공은 200년 빈도로 설계 △생태교량, 어도는 제외 △배사문은 한개조만 반영 △수리모형실험은 보고서 등에 수록 △실시계획 협의자료(인허가 사유) 작성 및 제출은 공동수행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이 실제 설계에 반영됐다.

　보고서는 “특정 공정 및 설비 등을 기본설계에서 제외하거나 포함시킬지 여부에 대해 합의한 사실이 있다”며 “공정거래법 제19조 1항 8호의 입찰담합행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설계 합의의 경쟁 제한성에 대해서는 “턴키 입찰에 참가하는 양사가 자유로이 선택해야 할 특정 공정 및 설비 등을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에 과징금을 부과하되 검찰 고발과 발주처에 대한 입찰참가제한 요청은 하지 않기로 했다.

　공정위는 한 달여간의 해당 건설사 의견조회 절차를 밟아 12월에 위원회 심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공정위 조치에 대해 업계에서는 ‘여론 재판’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당초 영주댐 입찰담합 건은 공정위조차 내부적으로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지 못해 미뤄뒀던 사건이다. 일반적인 공사 입찰담합이 공구 배분과 가격에 대한 합의인데 비해 영주댐은 설계 내용에 대한 합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9월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이 “4대강 1차 턴키 담합사건을 늑장처리한 공정위가 영주댐 입찰담합 조사 결과를 32개월째 숨기고 있다”며 압박하자, 공정위는 서둘러 위원회 상정을 결정했다.

　당시 공정위 관계자는 “설계 담합과 같은 특수한 형태의 합의를 입찰담합으로 볼 것인지 세밀한 법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4대강 1차 턴키 입찰담합 건에 이어 영주댐도 여론에 떠밀리듯 공정위가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며 “정황상 기술 관련 실무진들의 일반적인 협의 내용까지 담합으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영주댐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포함된 선도사업으로 영주시 은평면(낙동강 지류 내성천)에 높이 50ｍ, 길이 380ｍ, 총저수량 1만8100만t 규모로 건설 중이다.

김태형기자 k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