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 현재 에너지 분야 정책 수립 중…타 후보와 비슷할 듯
√ 문재인 - 원전 축소 전제 신재생 비중 2030년까지 20%로 확대
√ 안철수 - 스마트그리드 근간한 분산형 전력공급체계 도입 가속화

대선이 이제 두 달여도 남지 않은 가운데, 각 대선 후보들이 각종 정책들을 쏟아내며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런데 막상 에너지 분야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정책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당 문재인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의 환경 및 에너지 분야에 대한 정책 기조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 2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꼬회관에서는 각 후보들의 대선 캠프에서 환경·에너지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책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환경정책학회·기후변화학회 등의 주관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환경·에너지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18대 대선 후보들의 환경·에너지 분야 공약을 중심으로 진행됐는데, 박근혜 후보 측은 윤성규 지속가능국가추진단장이, 문재인 후보 측은 김좌관 시민캠프 공동대표가, 안철수 후보 측은 안병옥 환경에너지포럼 대표가 각각 참석해 각 후보의 환경·에너지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세 후보의 정책들이 대부분 대동소이 한 것으로 나타나, 이번 대선에서 에너지 분야가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특별한 이슈가 없다보니 대선 후보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특히 각 후보 모두 원론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현실성과 많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구체적 방안을 갖는 정책들이 보이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논의됐던 부분들이라 신선함은 많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날 발표된 각 후보들의 에너지 정책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문재인 후보 측의 에너지 분야 정책 구상을 들여다보면, 문 후보 측의 정책 핵심은 원전 축소,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지속가능 에너지 3020 프로젝트’로 정리된다.

이 프로젝트는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로의 전환과 가정에서의 전기절약 등 에너지절약형 사회시스템을 구축해 2030년에는 전력수요를 수요 전망치 대비 20% 감축하고, 태양광·풍격·바이오에너지 등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겠다는 것. 여기에 차세대 지능형전력망인 스마트그리드 전력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는 원전 축소를 전제로 한다. 더 나아가서는 축소를 넘어 원전 ‘0’ 나라를 지향하고 있다.

이에 문 후보는 아직 착공되지 않거나 건설계획만 수립 중인 신고리 5,6,7,8 및 신울진 3,4호기의 건설을 중단하고, 당면과제로 고리 1호기의 재가동과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을 중단함과 동시에 이 두 원전의 안전한 폐기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는 동북아시아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고, 태양광·풍력 등의 공동활용 방안이 이른바 ‘손정의 구상’과 같은 ‘동북아시아 평화 에너지 네트워크(가칭)’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문 후보 측은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신성장동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육성해 좋은 일자리 50만개를 창출하겠다며,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정부와 민간에서 총 20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정책도 내 놓고 있다.

탈원전과 관련해 문 후보는 원전의 경우 부지 확보를 위한 보상비, 안전비용, 사후처리 비용 등을 생각하면 실제 신재생에너지보다 비싸고,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기술혁신으로 발전비용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전기요금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안철수 후보 측의 에너지 분야 정책은 ‘2030 신재생에너지 혁명’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잘 담겨 있다. 이 정책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문 후보 측 프로젝트보다 10%가 더 많은 30%까지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 후보는 구체적으로 2017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6%까지 끌어올려 2010년 1만3000여 명이었던 일자리를 5만 명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제도 시행에 필요한 추가 재원을 확보해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병행하겠다는 뜻도 포함됐다.

신재생열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HO) 도입 추진으로 보급정책과 제도의 다양화를 추진하고, 지역주민 이익공유제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일정 규모 이상의 산업 및 상업시설에 대해서도 자가발전 또는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안 후보 측은 스마트그리드를 근간으로 하는 분산형 전력공급체계 도입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스마트그리드 추가 실증 및 지역 특성에 맞는 거점도시 사업을 가속화하고, 스마트계량기와 에너지저장장치 보급을 위한 재정지원을 확대함은 물론, 분산형으로의 에너지 공급방식 변화 및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연계한 에너지 저소비형 도시재생사업도 추진하겠다는 것이 안 후보 측의 정책이다.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 및 에너지협력네트워크 구성 가능성 모색 등도 안 후보 측 정책에 포함돼 있다.
원전에 대해서도 안 후보는 문 후보 측 정책과 별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안 후보는 원전을 넘어 석탄화력발전소도 건설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신규 원전 및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천연가스 발전과 신재생에너지의 결합에 기초한 저탄소 분산형 전원계획으로 전환하겠다는 것.

또 안 후보는 설계 수명이 남아 있다 하더라도 유럽 수준의 강력한 안전도 검사를 통해 심각한 결함이 발견되는 원전 및 효율이 낮은 화력발전소의 가동 중단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 측은 전기요금에 대한 부분도 언급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시간, 공간, 수요자별 특징 등을 감안한 전기요금체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정책이 포함돼 있다.

한편 이날 박근혜 후보 측의 에너지 정책을 발표하기로 돼 있던 윤성규 단장은 “현재 지속가능국가추진단에서 환경·에너지 정책에 대해 마련 중인데,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면서도 “정책이 완성되면 박 후보가 직접 발표를 할 것이기에, 이 자리에서 본인이 공약을 설명하는 것은 부적절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즉 이날 토론회에서 박 후보의 에너지 분야 정책은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윤 단장은 “중요한 정책의 경우 다른 두 후보의 정책 기조와 겹칠 것으로 본다”고 밝혀 박 후보 측도 원전, 신재생에너지, 전기요금 등과 관련해 대동소이한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