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분쟁조정 사건이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기관에 집중되면서 다른 사업자단체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지난해 6월부터 하도급 분쟁조정업무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이를 분담해왔던 한국공정경쟁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대한건설협회 등 사업자단체들의 조정 건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거래조정원(이하 조정원)은 올 들어 3분기까지 1051건의 분쟁조정 사건을 접수받아 이 중 1020건을 처리했다. 인지대·송달료와 변호사 선임에 따른 소송비용 등 분쟁조정에 따른 경제적 성과가 총 31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정원은 추산했다.

　조정 처리 사건을 유형별로 보면 △공정거래 분야 245건 △가맹사업 거래 분야 462건 △하도급 거래 분야 295건 △대기업 유통업 거래 분야 18건 등이다. 조정원 관계자는 “조정 처리 건수는 가맹사업 분야가 가장 많지만 경제적 성과는 조정금액이 큰 하도급 거래 분야가 208억원으로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2007년말 공정위 출연기관으로 출발한 조정원은 그동안 공정거래, 가맹사업거래에 있어서 불공정 행위나 불공정 약관으로 인한 사업자들의 분쟁을 해결하는 역할을 해왔다. 여기에 지난해 6월에 하도급 분쟁조정 분야를, 올해 대규모 유통거래 분야를 각각 추가했다. 또한 지난 7월부터는 ‘법원 연계형 분쟁조정 전문기관’으로 지정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요청할 경우 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해서도 조정업무를 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불공정 약관으로 손해를 입은 중소 상공인을 위한 약관 분쟁 조정업무를 추가하는 등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하도급 거래 분야 처리 건수는 업무를 시작한 지 2년만에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83건(7~12월)에 그쳤던 하도급 거래 분야 처리 건수는 올해 9월까지 295건으로 225.4%나 증가했다. 반대로 사업자단체의 분쟁조정 건수는 감소세다. 같은 기간 공정경쟁연합회의 하도급 분쟁조정 건수는 174건에서 51건(조정 성립 기준)으로 급감했다. 건설협회와 전문건설협회가 공동 운영하는 분쟁조정협의회의 경우 2010년 조정 건수가 217건에서 지난해 168건으로 감소했고, 올해 9월 17일 현재 113건으로 집계됐다. 건설협회 분쟁조정협의회 관계자는 “공정거래조정원이 하도급 분쟁조정 업무를 맡으면서 확실히 사건 접수가 줄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조정원의 조직확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 출연기관과 사업자단체 분쟁조정협의회를 비교했을 때 기업 입장에선 외형상 분쟁조정의 중립성과 신뢰도가 높은 조정원을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공정위가 공정경쟁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 2곳에 지원하고 있는 하도급분쟁조정 지원금 1억4400만원을 축소할 것을 권고했다. 나머지 사업자단체는 분쟁조정 관련 비용을 자체 부담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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