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제 폐지 직후 신설 건설사가 시장교란 주범?

　건산연, 2000년 전후 신규 등록사 폐해 심각

　/적자비중 최고·기성실적 부진도 두드러져

　1999년 건설업 면허개방 전후의 신규 등록건설사들이 시장교란의 주범이란 분석 결과가 나왔다.

　23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업 면허제가 등록제로 바뀐 직후인 2000~2001년에 평년의 2~3배 수준으로 급증한 건설사들의 적자 비중과 기성실적 부진현상이 두드러졌다.

　건산연 자료를 보면 1990년~1999년까지 신규 등록건설사는 총 2625곳으로 연평균 263곳이다. 면허제가 등록제로 바뀐 후인 2002년~작년 말까지 신규 등록사는 4199곳이며 매년 420곳꼴로 건설시장에 진입했다.

　면허제가 등록제로 바뀜에 따라 연간 신규 등록사가 급증했지만 더 큰 문제는 등록제 도입 직후 단기에 폭증한 건설사들이란 게 건산연 분석이다.

　2000년 1372곳, 2001년 1711곳을 합쳐 2년간 등록업체만 3083곳이다. 2년간 1542개씩의 건설사가 새로 문을 열었다. 직전 10년간 전체 등록사보다 458곳이 많고 직후 10년간 연평균 등록업체(420곳)의 3배가 넘는다.

　2년간 폭증한 건설사 중 살아남은 곳은 현재 업력 10~13년차 기업들인데, 이들 건설사의 적자비중이 가장 높다는 게 건산연의 설명이다.

　2012년 기준의 업력별 적자업체 비중은 1년차(2011년 설립) 14.5%, 2년차(2010년 설립) 12.1%로 1~2년차 건설사의 적자비중은 15% 미만에 그쳤다. 반면 업력 3년차(적자업체 비중 15.7%)부터 7년차(적자업체 중 23.7%)까지 적자업체 비중이 꾸준히 늘었고 업력 10~13년차에서 최고점을 형성했다. 10년차 27.5%, 11년차 25.9%, 12년차 27.0%, 13년차 26.7%에 달하는 적자업체 비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면허제가 등록제로 바뀌기 이전에 진입한 14년차 이상 건설사의 적자업체 비중은 20% 내외(13년차 21.5%, 14년차 20.4%, 15년차 20.4%)에 그쳤다.

　시공능력평가액 순위별 기성실적 증감률(2005~2010년) 면에서도 이런 현상이 뚜렷했다.

　업력 10~13년차라면 통상적으로 시공능력평가액 101~500위권으로 발전한 경우가 많다. 건산연 분석 결과, 기성실적 증가율이 가장 저조한 건설사 군이 바로 101~200위권(연평균 1.4% 증가)와 201~500위권(연평균 2.1% 증가)였다. 전체 건설사의 5년간 연평균 기성실적 증가율(19.6%)의 10분의1에 머물고 100위권 이내 건설사(27.4%)는 물론 501위 이하 건설사(19.5%)와 비교해도 극히 저조한 기성실적이다.

　2000년대 초반 건설경기가 워낙 좋았던 탓에 퇴출 건설사도 미미했다. 2001년 영업정지 종합건설사는 360곳에 그쳤다. 국토해양부 주도 아래 강력한 등록기준 조사가 착수된 2009년(2338곳), 2010년(1953곳)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권오현 연구위원은 “정부 주도 등록기준 실태조사의 주된 타겟이 업력 1~3년차의 신규 진입업체지만 이들 업체는 과거 진입한 건설사와 비교하면 오히려 양호하다”며 “무실적 업체 수가 2002년 당시 1751곳에 달했지만 2010년 758곳, 작년 896곳에 머문 게 단적인 사례이며 2000년대 초반 진입업체와 비교하면 최근 진입업체는 창업에 신중하고 건설 관련 준비도 충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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