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S가 지경부 국감에 이어 한전 등 전력그룹사 국감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8일 지경부 국감에서 “EMS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는 전정희(민주통합당)의원이 17일 ‘한국형 EMS가 의혹투성’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전 의원은 “기존 전력계통 운영시스템(EMS)의 기능을 망쳐놓은 전력시장운영시스템(MOS)과의 통합 모델을 한국형 전력신기술로 둔갑시켜 개발비용으로 약 1,000억 원의 예산을 낭비했다”며 K-EMS에 대한 감사원의 회계감사 청구를 요청했다.
전 의원은 “전력거래소는 352억원을 들여 2010년 K-EMS 개발이 성공적으로 완료됐다고 발표했으나 K-EMS는 여전히 시제품 상태로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전력거래소는 ‘차세대 EMS'라는 이름으로 K-EMS와 기능이 거의 같은 또 다른 EMS에 341억원을 투입하고 ’차세대 MOS'를 개발하는 명목으로 238억 원을 사용했다”고 질타했다.
전 의원은 K-EMS 개발과제에 참여했던 김건중 충남대 전기과 교수의 증언을 공개하며 K-EMS 개발 의혹에 불을 붙였다. 전 의원은 “김 교수가 본인이 참여한 K-EMS 일부 개발과제를 연구완료 한 달 전에 거래소 측에서 일방적으로 폐기시켜 버렸고, 당시 참여한 기업이 캐나다 온타리오 수력과 계속 접촉한 것으로 볼 때, 외국 제품을 들여와 국내 기술개발로 둔갑시킨 것이 아닌가 싶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기존 EMS에 불필요한 MOS 기능까지 탑재한 것만 봐도 문제가 심각하고 이렇게 개발된 K-EMS가 계통운영에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전 의원은 “기존 EMS를 MOS와 연결시키지 않고 제대로 운영했더라면 K-EMS를 개발한다며 931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낭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따지고 “한국형 EMS 개발과 관련해 엄청난 비리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감사원이 K-EMS 개발에 관여한 모든 기관과 연구자에 대해 회계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강창일 위원장은 “회계감사 건은 상임위에서 추후 논의하겠다”면서 “그와 별도로 전문가들을 초청해 EMS에 대해 전문적인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공청회를 열 것”을 여·야측에 제안했다.
이진복(새누리당)의원도 EMS 의혹 제기에 합세했다. 이 의원은 “EMS 미사용 논쟁에 대해 의혹이 증폭돼, 거래소에 관련 증거를 제시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력거래소가 MOS와 EMS 상태추정값의 편차수준이 0.54%로 기능상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전력거래소로부터 자료를 받아 전문가에게 의뢰해 자체 분석한 결과, MOS와 EMS 수치가 최대 2.41%(1,254MW)까지 편차를 보였다”며 “1,254MW 차이는 화력발전기 2기 용량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타났다하는 것”이라며 시스템 부실을 따졌다.
또 이 의원은 전력거래소의 운영예비력 계산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추궁했다. 신고리 1호기, 영광5호기 고장 당시 EMS자료를 분석한 결과, 운영 예비력이 오히려 상승하는 등 허점이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EMS에 문제가 있다면 또다시 ‘블랙아웃’에 노출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외부전문가의 진단을 통한 신뢰도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7일 국정감사 때는 남호기 전력거래소 이사장이 전정희 의원에게 사과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전 의원이 8일 지경부 국감 때 EMS를 사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과 관련해 전력거래소와 남 이사장이 국회를 무시하고 국회의원을 조롱하는 행동을 했다며 공식사과를 요청한 것이 발단이다. 수감기관인 전력거래소가 의원이 지적한 것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돌리고 특히 남 이사장이 전 의원에게 다가가 “EMS에 대한 질의는 이제 그만 하실거죠?”라고 '조롱섞인 무례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회의를 진행하던 강창일 지경위 위원장도 남 이사장에게 “의원에게 더 이상 발언하지 말라는 그런 헛된 짓을 하느냐? 협박하는 것이냐?”며 강도높게 질타했다.
남 이사장은 “다른 저의 없이 편히 한 말을 오해한 것”이라며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 의원에게 사과했다. 이날 해프닝은 전 의원이 남 이사장의 사고를 받아들여 일단락됐지만 강 위원장이 국회의 권위에 도전한 행위라며 위원회 차원에서 계속 문제 삼을 뜻을 비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