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중견기업 '묻지마 지원' 이상 열기
|
요즘 정(政)·관(官)가에선 중견기업이 상한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낀 ‘샌드위치’ 신세인 중견기업을 키워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활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지난 5월 지식경제부가 ‘중견기업국’을 신설하더니, 공정거래위원회은 연말까지 중견기업을 중소기업과 똑같이 수급사업자로 인정하는 하도급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떠오른 정치권도 중견기업용 대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민간에서는 한국중견기업연합회를 중심으로 관련법 개정을 위한 전방위 압박을 준비 중이다.
◇공정거래협약, 하도급법 확대=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최근 “다음달 대기업의 1차 협력사인 50여개 중견기업이 2, 3차 협력사와 공정거래협약을 맺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협약체결 대상 중견기업은 대기업과는 수급사업자 자격으로, 중소기업과는 원사업자로 각각 협약을 맺는다. 지난달초 공정거래협약 기준에 중견기업용 평가기준을 추가한 데 따른 후속조치이다. 지금까지 중견기업은 하도급법 상 대기업으로 분류돼 공정거래협약 체결 대상이 아니었다. 중견기업이 공정거래협약 체결대상이 되면 납품일로부터 60일 이내에 하도급대금을 받을 수 있게 되는 등 현재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보호혜택을 받는다.
하도급법 개정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본지 10월15일자 3면 참조>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일정요건을 갖춘 중견기업을 하도급법상 수급사업자에 포함하는 법 개정을 준비 중”이라며 “연내 개정안 마련이 목표다”고 말했다. 여기서 ‘일정요건’은 공정거래협약 체결 대상과 같은 ‘매출액 5000억원 미만인 중견기업’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 관계자는 “법 개정시 부담이 늘어나는 대기업들이 있는 만큼 의견수렴을 통해 개정안을 신중히 만들고 있다”고 했다. 하도급법 상 수급자에 중견기업이 포함되면 중소기업 졸업 후 사라졌던 21가지 혜택이 부활한다.
◇대선주자 중견기업 대책 ‘봇물’= 대선 주자들도 ‘중견기업 구하기’에 동참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적극적이다.
문 후보는 임기 중에 중견기업 4000개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살리기 마라톤 대회’ 축사에서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와 고용 창출을 적극 지원하고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육성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부를 신설해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중견기업에 세제지원을 해주고, 연구개발(R&D) 지원을 대기업에서 중소·중견기업 위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중견기업육성법 제정 △중소기업 전용 R&D센터 설립 △중견기업 5년간 세제혜택 확대 등을 추진키로 했다.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역동적인 산업생태계 완성이 목표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박근혜의 창조경제론’을 통해 경제정책의 큰 줄기를 공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견기업 정책으로 꼽을만한 것은 없다. 다만 박 후보는 “구구팔팔(9988)이란 말이 있듯이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구구팔팔(9988)은 중소기업이 우리나라 전체기업의 99%를 차지하고 있고, 고용의 88%를 담당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묻지마 지원’‘역차별’ 논란= 440여개 중견사를 회원으로 둔 중견기업연합회는 이달 31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하도급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는다. 중견기업을 수급자로 인정하는 하도급법 개정작업에 속도를 내달라는 주문이다. 이날 중견기업연합회는 회원사들의 법 개정 의지를 담은 서명과 함께 하도급법 개정추진 특별위원회(특위)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는 연합회 관계자 외에도 중견기업 대표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실제 하도급법이 개정되면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며 “제조업 위주인 연합회에 건설사들도 참여를 늘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중견기업에 대한 ‘묻지마식’ 지원책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중견기업이 사실상 대기업인데, 어디까지 지원대상으로 잡느냐에 따라 정책효과가 달라진다”며 “정작 중요한 지원대상에 대한 고민없이 중견기업으로 묶어 지원책을 내놓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역차별 논란도 제기된다. 대기업집단 계열사인 A사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를 강력 규제하면서 일감은 끊어 놓고 정책 지원대상인 중견기업 분류에선 제외시켰다”면서 “대기업집단 계열사란 이유로 지원대상의 사각지대로 몰아넣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다”고 주장했다.
김태형기자 kth@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