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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불능 일수 판단기준 없어 갈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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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진 폭염, 잇따른 태풍…개후변화 갈수록 심해지는데
대부분 시공사 책임으로 돌려
서울의 한 중견사는 올해 연이어 찾아온 태풍으로 공사기간이 당초 계약보다 지연됐다. 이 회사는 발주처에 공사기간 연장을 신청했지만 당초 계약 공기에 공사불능 기간이 있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제주도의 한 건설현장은 강수 기간을 놓고 발주처와 시공사가 대립 중이다. 시공사는 지난해 강우로 작업을 하지 못한 날이 150일로 봤지만 발주처는 기상청 자료를 토대로 130일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비가 그친 다음 하루 이틀은 땅이 젖어 장비가 못들어간 것이라고 시공사 측은 설명했지만 발주처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기상 조건으로 공사를 하지 못한 기간을 놓고 발주처와 시공사간의 분쟁이 잦아지고 있다. 발주처가 공사기간을 정할 때 과거 기상 자료를 토대로 공사불능 일수를 전체 공기에 포함하고 있지만 이를 넘어서는 부문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공공 발주기관에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인한 공기연장 기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주 당시 정해진 공사기간을 초과되는 경우 그 비용은 발주처나 시공사 양측의 책임에 따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천재지변 등 양측 모두의 책임이 없는 불가항력적인 사항이 발생하면 그 기간은 공사기간에 포함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계약 조건이다.
하지만 불가항력적인 사안이 발생하더라도 그에 따르는 비용은 시공사가 지는 일이 많다. 발주처가 추가적인 공사 불능일수로 반영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태풍 등 천재지변이 발생할 경우 물적 손해에 대해서는 설계변경 등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단순한 시간상의 손해를 발주처가 인정해 주는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생기는 시간적 손해에 시공사가 대부분 책임을 지는 것은 이를 판단할 구체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한 공공 발주처 관계자는 “예를 들어 비가 내린 날의 앞뒤로도 공사 진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현재는 없다”면서 “지금은 초기에 정해진 공사불능일수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양측의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준기 중앙대 겸임교수는 “외국과 달리 발주처와 시공사의 권력관계가 뚜렷해 클레임(이의제기)를 쉽게 할 수 없는 구조에서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편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권해석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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