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모에 맞는 적정건설사 유지’란 목표 아래 초고강도로 진행 중인 부실건설사 실태조사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지자체를 움직이는 게 관건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최근 수년간 강력한 실사를 받은 종합건설사에 한정(전문건설사 조사는 내년 상반기 별도 시행)된 조사 특성상 성과가 기대 미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나아가 지난 수년간 조사주체 및 강도가 오락가락하고 피조사자별로 편차를 보인 데 따른 형평성 논란도 만만치 않다.

　/초고강도 실태조사 배경과 향배는

　초고강도 조사의 배경은 ‘건설업체가 너무 많다’는 건설산업 내외부의 공감대다.

　국토부는 조사착수 당시에 최근 3년간 평균 수주액 20억원 미만인 5300여개 건설사를 등록기준 충족에 필요한 최소 비용조차 감당하기 힘든 건설사인 부적격사로 규정했고 최대 절반 이상을 솎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드러냈다.

　건설단체 관계자는 “국민, 정치권, 건설산업 주체들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이며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선이 임박하면 규제는 풀고 단속은 중단하는 게 상식인데, 건설업 정책만 반대방향인 것도 같은 이유란 설명이다.

　좀처럼 줄지 않는 신규 등록사도 한몫했다. 올해 8월말까지 신규 등록 종합건설사는 508곳으로 전년동기(396곳)보다 28.3%나 늘었다. 이런 속도라면 4개월 후인 연말 신규 등록사는 762곳으로 2001년(1711개) 이후 11년만에 최대치로 불어날 기세다.

　향후 조사강도는 더 강화되고 기법도 고도화·정밀화할 것이란 게 대체적 관측이다.

　직접시공, 일괄하도급이 추가된 올해 조사에 이어 내년에는 또다른 기법이 강구될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과거 건설업 면허제와 유사한 생산체계적 퇴출기법과 입찰참가 제한규제 신설 방안마저 검토되고 있다.

　차기정부 시각도 마찬가지다. 여당 대선캠프의 실세로 꼽히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조차 지난 9월24일 건설업계를 상대로 한 첫 강연에서 “건설산업은 적어도 한번쯤 제대로 된 구조조정기를 가져야 한다”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건설업 조사업무가 이번 기회에 지자체에 완전위임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건설단체 관계자는 “지자체가 조사, 퇴출업무까지 맡으면 등록, 감시감독, 위반행위 적발, 퇴출에 이르는 건설행정 업무상 일관성 확보에 더해 과감한 퇴출도 가능하고 건설단체로선 같은 집 식구격인 회원사 퇴출 부담도 덜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설단체만 적극적, 지자체는 소극적

　건설단체들은 적극적이다.

　건설협회는 지난 15일 전국 16개 시도회의 사무처장단 회의를 갖고 정부의 실태조사에 대한 적극적 협조를 당부했고 시도회 직원들에 대한 조사교육까지 앞서 시행했다. 기술인협회도 건설기술자들의 고용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실태조사에 적극 동참한다는 의지 아래 국토부와 조사방식을 협의하며 기법을 고민 중이다.

　기술인협회 관계자는 “현장실사 단계에서 50여명의 시도회 직원들과 본사 직원들이 동시에 투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갑작스레 떠안은 부실건설사 퇴출 업무에 대한 지자체 반응은 시큰둥하다. 사실상 관련 협회들만 쳐다보는 실정이란 게 현장 목소리다.

　건설단체 시도회의 관계자는 “아직 서류조사 단계인 탓도 있겠지만 관할 시도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고 오히려 실사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협회에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토부가 시도별로 구성한 ‘실태조사반’도 지자체 담당공무원과 건협 및 기술인협회 시도회별 3~5명씩이 전부다. 많아야 10명이 안 되는 인원이 수백개에서 1000개를 넘어설 관내 건설사를 실사하는 것은 무리다. 별도 예산 지원도 없고 통상적 업무마저 병행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산하 공기업 등의 감독인력과 감리인력까지 동원해야 잡아낼 수 있는 직접시공, 일괄하도급 위반 여부를 제대로 가려낼 지는 더욱 의문스럽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정부가 지자체를 강력히 압박하거나 재원과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방건설사들과 혈연, 학연, 지연으로 얽힌 지자체 공무원들이 사적으로 형, 동생이라 부르는 지인의 건설사에 철퇴를 가할 지 의문이란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전문·설비 빠진 조사 성과 회의론도

　매년 달라지는 조사기준·대상·강도와 특정업종에 집중된 고강도조사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조사 칼날이 종합건설사에 편중됐다는 비판이 두드러진다. 일선 현장에서 종합과 전문건설업체를 겸영하는 대표들로부터 ‘왜 늘 종합건설사만 고강도 조사를 하느냐’는 민원이 잇따른다는 게 건설단체들의 전언이다.

　건설단체 조사실무자들도 과거 10곳을 점검하면 6~7곳에서 위반사실이 적발됐지만 요즘은 많아야 2개가 고작일 정도로 종합건설사들의 의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건설산업연구원이 분석한 건설 업력별 적자업체 비중만 봐도 설립 후 1~3년차 신설 종합건설사의 적자비중은 15% 내외(1년차 14.5%, 2년차 12.1%, 3년차 15.7%)로 전체 평균(21.4%)보다 오히려 낮았다. 최근 수년간 정부의 부실건설사 퇴출책이 업계에 알려지면서 신규 종합건설사 상당수가 치밀하게 요건을 갖춰서 시장에 들어온다는 의미다.

　지역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전문·설비쪽 실태조사가 미흡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인데, 왜 전문 대신 종합건설업을 1차 타겟으로 삼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최근 업황마저 나빠지면서 지역의 토목 및 건축업체들이 골치아픈 종합 대신 전문업종인 토공과 실내건축업체로 전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합건설사(8월말 1만1454개)에 한정된 조사인 데다 주기적 신고업체(4800여곳), 신규 등록업체(8월말 508곳), 매출액 100억원 이상 업체(480여개)를 빼면 실제 조사대상이 6000개가 채 안 되고 상당수가 수년간 고강도 실태조사에 단련된 탓에 퇴출 성과가 기대 미만일 것이란 관측이 상당하다.

　건설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종합적 코디네이션 아래 일관성, 공정성을 확보하고 예산·인력 지원까지 병행해야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