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화력발전 공기업에서 중점적으로 키우려는 협력업체가 대동소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5사 가운데 2곳 이상으로부터 주력 육성업체로 선정돼 지원혜택을 2~3중으로 누리고 있는 중소기업은 총 44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본지 분석결과 밝혀졌다.
특히 중소 협력회사 4곳은 대다수 발전공기업의 우수업체로 뽑힌 것으로 집계돼 수혜를 필요이상 많이 누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중소기업이 발전5사로부터 중점 육성업체로 뽑힐 경우 기술개발부터 현장실증, 판로개척까지 다양한 혜택을 볼 수 있다.
◆지원업체 왜 중복될까〓 발전5사 실무담당자들은 가장 큰 원인이 국내 발전산업의 특성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발전5사의 주력사업장이 모두 50만kW급 표준형 석탄화력발전기를 보유한 만큼 저마다 호환성이 있다는 것이다. 납품업체가 발전5사에 발을 걸쳐놓을 수 있는 여건이 애초부터 조성된 셈이다.
발전5사가 공동 추진하는 중소기업지원 협력연구개발사업도 관련이 있다.
기술력이 입증된 우량기업을 협력업체로 삼고자 하는 경향도 무시할 수 없다. 적격업체를 선정할 때 재무상태, 기술력 등을 주로 평가하다보니, 경쟁력 있는 중소업체가 자연스레 돋보이는 환경이란 설명이다.
발전5사가 중소업체의 판로확대에 서로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는 점도 무관치 않다.
◆내부 자성론도〓 발전5사간 무분별한 경쟁이 중복선정의 결과를 낳았다는 해석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발전5사 협력업체 풀(Pool)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발전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부시책에 따라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이 공기업 경영평가 항목에 포함되면서 발전5사간 업체유치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납품업체들로선 오히려 갑(甲)의 위치에서 틈새시장을 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지만, 이런 모습이 항상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차원에서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회사별로 주력 아이템을 1개씩 뽑아내 우량업체를 운용함으로써 중복지원 시비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발전공기업의 또 다른 관계자는 “A사에겐 실증시험을, B사에겐 해외판로를, C사에겐 터빈계통을 맡기는 식으로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량기업 육성프로그램, 어떤 게 있나〓 한국남동발전(사장 장도수)은 지난 2005년부터 ‘중핵기업’을 선정, 운용해오고 있다. 9개 중핵기업은 경영컨설팅, 정보시스템, 언론 홍보·판촉, 품질경영시스템, CI 제작, GS(Good Software) 인증 등 생산기반구축부터 판로개척에 이르는 맞춤형 지원을 남동발전으로부터 받고 있다. 남동발전은 이밖에도 주요 협력업체들의 모임인 ‘이(異)업종협의회’를 운용해오고 있다.
한국중부발전(사장 최평락)은 총 50개 중소기업을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집중 육성하는 프로그램(KOMIPO-BEST 50)을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중부발전은 협력업체들과 ‘해외동반진출 수출협의회’도 구성, 운용하고 있다.
한국서부발전(사장 김문덕)은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관련 프로그램(WP-ⓟTOPS)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가입해있는 중소기업은 60개사에 달한다.
한국남부발전(사장 이상호)은 기술개발, 사업화 등 자체 7대 프로그램으로 협력업체를 일괄 지원하는 종합계획을 수립, 실현하고 있다.
한국동서발전(사장 이길구)은 39개사를 ‘성공모델기업’으로 선정했다. 국내 중소기업이 해외에 직접 가지 않고도 현지에 수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동남아 등에 전문 무역상사 설립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