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를 중소기업처럼 수급사업자로 인정하기 위한 하도급법 개정작업이 본격화된다.

　현재로선 직전 연도 매출액이 5000억원 미만인 중견건설사만 수급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중견기업을 하도급법상 수급사업자에 포함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마련, 공청회를 거쳐 연내 개정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부처 중에서는 지식경제부가, 민간단체로는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지원군으로 나섰다.

　중견기업 대표단체로 440여개사를 회원으로 둔 중견기업연합회가 적극적이다. 이 단체는 이달 31일쯤 하도급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에 개정 건의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해나가려면 중간 허리역할을 하는 중견기업을 정책적으로 키워야 한다”며 “하도급법상 수급사업자 정의에 중견기업을 전부 포함하는 개정안을 정부에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 중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속하지 않는 기업을 말한다. 즉, 재벌 계열사가 아닌 대기업인 셈이다. 2010년말 기준으로 총 1291개사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 중 중견건설사는 50여곳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중견기업을 하도급법상 수급사업자 정의에 전부 포함하는 것에 반대하는 시각이 있다는 점이다. 홀로서기가 어려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정책을 굳이 덩치 큰 대기업으로 확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여론이다.

　실제 중소기업을 졸업해 중견기업이 되면 21가지 혜택<표 참조>이 사라진다. 반대로 중견기업이 하도급법상 수급사업자가 되면 납품일로부터 60일이내에 하도급대금을 받을 수 있게 되는 등 현재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보호혜택을 되살아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중견기업만 수급사업자로 인정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매출액 또는 자산규모 기준, 중소기업 범위 졸업기간 등을 검토했다. 하지만 최종안은 매출액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직년연도 매출액 기준으로 ‘5000억원 미만’과 ‘1조원 미만’ 기준을 놓고 공정위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은 공정위가 적용범위가 적은 ‘매출액 5000억원 미만’ 기준을 채택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정위는 지난달부터 중견건설사도 하도급거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정거래협약 체결대상에 중견기업을 포함시키면서 ‘5000억원 미만’ 요건을 적용한 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이 하도급법 개정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하도급법 개정작업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졸지에 중견건설사를 수급사업자로 인정해야 하는 대형 건설사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전문건설업계도 부정적인 시각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신 매출기준을 적용하면 중견건설사가 140여곳으로 늘어난다”며 “하도급 부담이 커지는 대형건설사들의 법 개정을 반대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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