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들어 전문건설업체의 부도와 폐업이 급증하고 있다.

　3분기 부도건수가 전년동월보다 50% 치솟았고 폐업건수도 35.1%나 불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4월말 풍림산업을 시작으로 법정관리 신청을 앞둔 극동건설까지 무려 7곳의 중견사들이 잇따라 경영위기에 빠진 여파가 본격화됐고 4분기와 내년에는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다.

　11일 건설단체들에 따르면 올해 9월말까지 부도건설사는 156곳(종합 32곳, 전문 100곳, 설비 24곳)으로 전년동기의 167곳(종합 39곳, 전문 97곳, 설비 31곳)보다 6.6%(11곳) 줄었다.

　작년 건설업 부도건수가 사상 최저 수준이고 작년동기와 비교한 올해 부도건수마저 감소했다는 점에서 건설업계가 실제 체감하는 위기상황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부도위기를 맞은 중대형 건설사는 워크아웃, 법정관리로 인해 부도통계에 잡히지 않고 중소형 건설사들도 대부분 외상매출담보채권 탓에 부도가 아닌 연체기업으로 분류되는 점을 고려하면 부도업체가 늘어나지 않는 것은 당연하며 앞으로도 마찬가지란 게 건설단체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부도위기에 몰린 건설사들 상당수가 면허반납, 폐업 등을 선택하기 때문에 부도통계는 이미 건설경기 침체를 반영하는 지표로서의 의미를 잃었다는 시각도 전문가들 사이에 팽배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문건설업계의 부도건수만이 이례적으로 치솟아 전문업계가 바싹 긴장하고 있다.

　전문건설협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에만 33개 전문건설사(7월 5곳, 8월 15곳, 9월 13곳)가 부도났다. 전년동기의 22곳(7월 8곳, 8월 5곳, 9월 9곳)과 비교해 50%(11곳) 급증했다.

　올해 연간 부도업체도 100곳으로 전년동기(97곳)를 추월했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 초 집계될 올해 연간 부도건수마저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우려했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부도업체가 늘어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건설업 자체를 포기해야 할 만큼 극한 상황이 아니라면 폐업 등 다른 대체수단이 활용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건설 폐업(자진반납사 포함) 증가폭도 심상치 않다.

　3분기에만 654곳이 스스로 문을 닫았고 전년동기(484곳)보다 35.1%(170곳)나 급증했다. 상반기까지 합친 올해 전체 폐업사도 1789곳으로 전년동기(1643곳)보다 146곳이나 불어났다. 이런 속도라면 작년(2467곳)은 물론 2010년(2600곳)의 폐업건수도 능가할 것이란 태세다.

　3분기 행정처분 등으로 인한 등록말소 업체(264곳)도 전년동기(259곳)보다 5곳이 늘었다. 8월말 누적 말소업체도 전년동기보다 24곳이 많은 645곳이므로 작년 연간 말소업체(1025곳)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됐다.

　전문건설업체의 부도, 폐업이 급증한 요인으로는 굵직한 원도급 중견사의 잇따른 경영위기가 꼽힌다. 4월말 풍림산업을 시작으로 우림건설(6월1일), 범양건영(6월18일), 벽산건설(6월26일), 삼환기업(7월16일), 남광토건(8월1일)에 이어 극동건설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외면적으로 드러나는 부도·폐업사 증가폭이 이 정도라면 실제 경영타격을 입은 업계 규모는 적어도 수십배가 넘을 것이란 게 전문업계의 설명이다.

　전문협회 관계자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업종별협의회의 상위건설사들마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흔들릴 정도”라며 “전문건설업계의 자금 위기를 완충할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종합건설업체도 부도건수는 급감했지만 폐업, 면허반납 등의 등록상실 업체가 치솟아 고민이긴 마찬가지다.

　올해 8월말까지 면허상실업체는 599곳으로 전년동기(593곳)보다 6곳이 늘었다.

　연간 면허상실 종합건설사는 2009년 772곳, 2010년 905곳, 작년 947곳이었고 올해는 1000곳을 넘어설 것이란 게 건협의 우려다.

　같은기간 2184곳, 2058곳, 1600곳에 이어 올해 8월말까지 1108곳이 영업정지 상태인 점까지 고려하면 1만1000여개의 종합건설업체 중 4분의1 가량이 사실상 건설사로서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건협 관계자는 “이젠 건설업계 내부에서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지만 이런 방식은 아닌 것 같다. 정부 차원에서 뭔가 획기적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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