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선시장이 오랫동안 유지되던 과점구도에서 LS그룹의 독주 체제로 재편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케이블 내수시장은 50여년 넘게 LS전선과 대한전선이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가온전선이 뒤를 잇는 3강 체제가 굳건했다.
1990년대 이후 일진전기와 JS전선, 대원전선, 넥상스코리아 등이 시장 지배력을 키우며 선두업체들과 함께 과점 구도를 형성해왔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LS그룹 계열의 전선기업들이 일제히 약진을 거듭하면서 서서히 독주체제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주요 기업들이 자체 분석한 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2009년 말 LS전선과 대한전선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40%와 30% 안팎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업계가 추정하는 LS전선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46~48%대, 대한전선은 25% 내외다. 2009년 이후 대한전선이 재무적 위기에 빠진 사이 LS전선의 점유율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양사간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특히 가온전선과 JS전선 등 LS그룹 계열의 전선회사를 포함하면 LS그룹의 국내 전선시장 점유율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60%를 상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 들어서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LS전선, 가온전선, JS전선 등은 예외없이 대폭의 실적개선을 이뤄낸 반면, 나머지 전선업체들은 지난해보다 정체 내지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 154억원, 당기순손실 654억원을 기록했던 LS전선은 상반기에만 757억원의 영업이익과 335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턴어라운드를 실현했다.
가온전선도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두 배 이상 늘어난 162억원, 순이익 99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적자였던 JS전선도 상반기에 영업익 157억원, 순이익 127억원의 흑자를 냈다.
반면 주요 전선업체들의 실적은 상대적으로 초라하다.
대한전선은 매출이 2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소폭 상승에 그쳤다. 일진전기와 대원전선은 지난해보다 이익 폭이 줄었다.
외형뿐만 아니라 내실 면에서도 LS그룹의 성적표가 도드라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타 업종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승자 독식(勝者獨食)’ 흐름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한 투자회사가 분석한 국내 13개 업종의 2007~2011년 사이 매출액 및 순이익 변화를 보면, 대부분 업종에서 1위 업체의 점유율이 크게 증가했다. 13개 업종 가운데 매출액은 9개 업종에서, 순이익은 7개 업종에서 1위 업체의 장악력이 확대됐다. 반면 2·3위 기업의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글로벌 위기를 겪으면서 선두 기업의 지배력이 절대적으로 강화되는 승자 독식 패턴이 전선업계에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다른 기업이 움츠릴 때 1위 기업은 추가 투자를 통해 시장 장악력을 더욱 높이는 게 일반적”이라며 “전선시장도 앞으로 LS그룹의 독주체제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