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자ㆍ하도급업체 보호에만 초점… 공사대금 지급보증제ㆍ담보제공청구권 도입 필요

　

　#1. 경기도 안양에 본사를 둔 트래콘건설은 지난 2010년 경기도에 있는 A건물 신축공사를 143억원에 수주했지만, 공사 과정에서 수차례에 걸쳐 이뤄진 설계변경에 따른 추가 비용 15억여원을 7개월째 받지 못하고 있다.

　트래콘건설은 발주자와 준공 일정을 고려해 A건물을 완공한 후 정산하기로 협의했지만, 발주자가 계약서(특약)에 명시한 ‘기능상 필요한 공사 내용’이라는 이유로 설계변경금액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2. 경기도 수원에 있는 유선종합건설은 동광그룹 인피니트가 발주한 강원도 고성의 교육연구시설 증축공사를 32억원에 계약했다. 이후 건축주가 두 차례에 걸친 설계변경안을 반영해 공사를 진행했지만, 결국 설계변경에 따른 추가 공사대금 8억여원은 준공 후 10개월이 되도록 받지 못하고 있다.

　전체 건설공사의 65%(금액 대비)를 차지하는 민간건설공사의 불공정 행위 원인은 원사업자(수급인)에 대한 미흡한 보호 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건설산업기본법, 하도급법 등 건설산업분야 규제가 발주자와 하도급 업체 보호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발주자는 건설공사 수급인의 담보책임 및 계약이행보증제도가 있고, 하도급 업체는 대금지일기급 규제부터 설계변경 하도급 대금 조정, 하도급대금 지급 확인 시스템, 부당한 대물변제 금지 등 다양한 보호책이 마련된 상황이다.

　자재·장비업체와 근로자는 노무비 구분관리 및 지급확인제 도입 및 임금 압류 금지 등으로 보호되고 있다.

　반면 원사업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시공하지 않거나 하자담보책임을 이행하지 않으면 시정명령 또는 영업정지 등의 처분을 받고,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할 때에는 유치권과 시공물(공사목적물) 저당권청구권 등 민법으로만 보호받을 수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민간건설공사에서 원사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이이재 새누리당 의원의 제안이다.

　이 의원은 “민간건설 분야의 원사업자는 대기업 중심의 공공건설 시장과 달리 대부분 중소건설업체다. 따라서 민간(공사) 발주자의 횡포는 결국 중소건설사의 부도를 부추기는 한편, 자재·장비업체 및 근로자에까지 피해를 확산시키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발주자와 수급인 간의 공평한 리스크 배분과 대등한 지위 보장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자 ‘건설민주화’의 근간”이라며 “공사대금 지급보증제와 공사대금 담보제공청구권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또 부당한 특약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대한건설협회가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총 188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민간건설공사 도급계약 및 대금수령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토해양부가 고시한 표준도급계약서는 44.6%(84개사)가 변경해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급금과 중도 기성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한 경우는 각각 60.6%(114개사), 26.6%(50개사)로 조사됐고, 건축주로부터 공사대금을 일부 또는 전부를 받지 못한 곳은 44.1%(83개사), 추가공사 및 설계변경 시 비용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는 54.3%(102개사)에 달했다.

　반면 발주자의 요구로 계약이행보증서를 제출한 경우는 78.2%(147개사)로 나타났다.

　발주자의 부당특약 경험 사례는 79.8%(150개사)로 조사됐다.

　하자보수보증금률도 공공공사(건축 3%)보다 높게 책정한 사례가 25%(47개사)로 집계됐다.

　이 의원은 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리는 국토해양부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부당특약사례(계약서)를 공개하는 한편, 민간건설공사 도급계약 및 대금수령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트래콘건설·씨에이건설·유선종합건설 대표 및 부사장을 증인으로 요청했다.

　이의섭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참고인으로 불러 미국의 ‘공사 수급인의 선취 특권’, 독일의 ‘담보제공청구권’ 등을 통해 우리나라 수급인 보호 제도를 비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이달 중순 이전에 ‘법률 개정안’을 내놓고, 다음달에는 공청회를 개최해 다양한 의견 수렴에 나설 방침이다.

　한편, 발주자와 수급인 간의 분쟁을 조정하는 ‘건설분쟁조정위원회’의 실적도 도마에 오른다.

　2010년부터 2012년 9월까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신청은 총 8건, 이 가운데 조정 수락은 단 1건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2010년 한해만 건설산업분야의 소송 건수는 5400여건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한형용기자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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