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무인운전시스템의 안전과 관련한 제도적 기준이 허술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영석 한국교통대학교 철도운전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난 18일 열린 ‘제113회 철도의 날 기념 학술심포지엄’에서 “철도무인운전과 관련, 시설·차량·운영의 안전에 대한 법적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국내 법규를 통해서는 그 기준이 명확하게 작용하지 못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전 교수는 도시철도차량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75조 3항에 따르면 “중앙제어실에는 무인운전의 안전 확보를 위해 운행 중인 모든 차량을 감시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설치된 시스템은 섹터별로 감시하는 기능은 있지만 실시간 감시가 어려워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게 전 교수의 설명이다. 감시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규정하고는 있지만, 즉각 대응이 어렵고 후속조치만 가능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계획된 개통일자에 맞추기 위해 시운전 기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영업전에 충분한 검증을 거쳐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무인열차로 시작했던 부산 4호선도 신뢰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개통 후 유인운전체제로 금방 전환해야 했다”고 말했다.
무인운전시스템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직원의 확보가 시급하다고도 했다.
전 교수는 고장 등으로 자동화에 실패한 경우 사람이 개입해 발생하는 ‘인적요인’을 무인운전시스템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들었다.
일반적으로 공장 등에서는 기기에 고장이 발생했을 때 생산을 중단하고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철도의 경우 운송강제의무가 부과된다.
전 교수는 운송업자에게는 열차를 고시한 시간대로 운행해야 할 ‘운송강제의무’가 부여됐다고 설명했다.
고장이나 장애가 발생했다고 열차를 무한정 세워둘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무인운전에서 유인운전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때 사고발생확률이 다양한 원인으로 증가한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소수의 직원이 여러 가지 역할을 모두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인적오류를 유발할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는 소규모 운영기관일수록 더 심해진다.
이와 관련 직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상시적인 교육훈련 기관이 필요하다는 게 전 교수의 주장이다.
이날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서 이영진 신분당선 운영총괄차장은 “개통일자가 정해져 있다보니 시운전 기간이 짧아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며 전 교수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또 “시운전에 대해 많은 연구와 제도보완이 필요하며, 60일 정도로 규정된 현재 영업시운전에 대한 법규를 최소 6개월 이상으로 연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광석 교통대 철도시설공학과 교수는 “무인운전의 경제성 검토도 충분히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무인 운전에 대해 검토한 결과 시스템에 대한 비용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를 인적 비용을 아끼는 것으로 커버할 수 있는지 검토를 충분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광희 국토해양부 철도기술안전과장은 무인운전 열차의 안전성은 충분히 확보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무인운전을 한다고 안전에 저해되는 것은 없으며, 철도부분에 있어서는 앞으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것”이라며 “시스템을 갖추고 사람이 감시하는 환경이 안전 확보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평창이나 GTX 등 앞으로 건설될 철도는 대부분 무인운전시스템으로 진행한다는 게 국토부의 방침”이라면서 “기존 노선도 코레일과 철도공단·지자체 등과 논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계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113회 철도의 날 기념 학술심포지엄은 교통대 주최로 대전 철도 트윈타워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철도물류와 국가경쟁력’, ‘철도물류 효율화를 위한 화물역 기능조정 방안’ 등 다양한 주제의 논의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