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전기요금 인상에 폭염과 잦은 열대야까지 겹치면서 큰 폭으로 늘어난 주택용 전기요금을 두고 사회적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전기요금 폭탄의 원인으로 지목된 누진제도에 대한 찬반토론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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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시민연대는 19일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공동으로 전기요금 누진제와 사회적 형평성을 주제로 한 긴급 토론회 ‘전기요금 누진제 축소냐, 확대냐?’를 개최했다. |
전국 260개 환경·소비자·여성단체들로 구성된 국내 최대 에너지 전문 NGO 연대기구인 에너지시민연대는 19일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공동으로 전기요금 누진제와 사회적 형평성을 주제로 한 긴급 토론회 ‘전기요금 누진제 축소냐, 확대냐?’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사회적 형평성을 확보하고 에너지절약을 유도한다는 누진제도의 취지에 찬성하는 측과 주택용 전기 사용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안기는 현행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측에서 각기 다양한 논거와 해법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돼 지속가능하고 공평한 요금 개편 방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강만옥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회적 형평성 관점에서 본 전기요금 체계 평가 및 개편 방향’이라는 발제를 통해 주택용 전력요금의 누진제를 완화하고 산업용 등 비주택용 전력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강만옥 연구위원은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한 문제점과 경제, 환경, 사회적 형평성을 통합적으로 반영하는 요금제도가 필요하다”며 “현재의 누진제가 산업용 등 비주택용과 비교해 징벌적 수준으로 주택용 전력요금의 누진제를 완화하고 산업용 등 비주택용 전력요금을 인상해 사회적 형평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강 연구위원은 다양한 자료와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전력부문 현안 및 전기요금 체계에 대해 살핀 후 사회적 형평성을 해치는 원인으로 용도별 요금체계를 지목하고 “이로 인해 낮은 전기요금과 전력 과소비, 일부 대기업에 대한 특혜 등 경제적 효율성을 해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주택용 누진제의 경우 동일 용도 내에서도 사용량이 많은 소비자와 적은 소비자 간 교차보조가 이뤄져 소비자간 형평성을 저해하고 사회적 후생손실을 야기하고 있다”며 “현행 6단계 누진제를 2~3단계로 축소하고 누진율도 현재의 11.7배에서 2~3배로 조정해야 한다”면서 누진제 완화를 주장했다. 단, 누진제를 완화하는 경우에도 저사용량 가구의 요금은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고 이로 인한 전력판매 손실분은 비주택용 전기요금을 인상, 충당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전기요금 누진제와 사회적 정의, 그리고 탈핵 에너지전환’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최근의 누진제 논란이 전기요금체계 전반의 개혁이 필요한 시점에서 그 일부 의제만 부각시킴으로써 사회적 논의를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기요금체계의 개편이 부문간, 계층간의 형평성을 높이면서도 핵 위험과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이라는 목적에 부합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이번 누진제 논란이 일부 쟁점만 부각시켜 종합적인 논의를 방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 형평성·정의에 관한 논의를 잘못된 프레임에 집어넣어 결과적으로 사회적 형평성·정의의 목표도 훼손하고 있다는 것. 한재각 부소장은 “현재의 누진제도에는 에너지 수요관리·저감과 사회적 형평성 확보라는 합리적 핵심이 포함돼 있다”며 “정부나 한전이 밝히고 있는 누진제 개선 방안은 이러한 측면을 유지·강화하기는커녕 약화·폐지할 우려가 대단히 높기 때문에 ‘개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 여름철 요금폭탄 논란과 관련, 한전의 8월 전력판매량을 분석하면서 경제적 상위계층의 여름철 전력요금 부담을 저소비 가구에게 전가하는 방식의 누진제 완화 논의가 적절치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가정용 전기소비 증가를 반영해 1단계 구간은 늘리되 1000㎾h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는 과소비가구에 대해서는 보다 강화된 누진제를 적용하는 5단계 누진제 적용 방안을 제시했다.
한 부소장은 “최소 사용량 수준인 1단계 사용량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공급돼야 하며 가구 당 평균 사용량 수준까지는 2단계로 구분해 평균 판매단가 수준의 요금으로 공급하되 3~5단계까지는 구간과 누진율을 강화해 보편적 공급을 위한 재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에 이어 진상현 경북대 교수,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연구센터장,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이은영 소비자시민모임 기획처장이 지정토론자로 나서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창호 전기연구원 전력산업연구센터장은 “우리나라의 주택용 전력수요가 누진제 등의 영향으로 타 부문에 비해 증가율이 낮으나 중장기적으로 수요증가의 잠재량은 높다”며 “주택용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요금의 형평성에 위배되므로 누진제를 완화하되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진상현 경북대 교수는 “전기요금이 일반 서비스 요금과는 달리 소비가 늘면 가격이 상승한다는 점에서 세제적 성격이 있다”며 “누진제의 당초 설립목적이 현재도 타당성을 갖는 만큼 에너지절약과 소득재분배기능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전기요금 폭탄이라는 현재의 표현과 누진제 완화 논란에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정보공개에 인색한 한전의 폐쇄적인 태도가 합리적인 토론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체적인 시뮬레이션 결과 현재의 6단계 누진제를 3단계 3배율제로 완화하면서 한전의 수익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1단계 사용가구는 50.9%의 요금이 늘어나는 반면 6단계 사용가구는 30.3%의 요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우리가 갖고 있는 좋은 제도가 선진국에 없다고 해서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은영 소비자시민모임 기획처장은 “1인 가구의 증가와 가전제품 보유 현황 등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누진제도 개선되어야 하는데 너무 오랫동안 변화가 없었다”며 “산업용과 일반용과의 형평성 차원뿐만 아니라 주택용 전력 소비자 내부의 형평성 확보를 위해서도 누진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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