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설업계가 직면한 인건비 상승, 현지 작업환경 악화, 신흥기업 추격 등의 난제를 풀 대안으로 조선과의 융합을 통한 생산방식 혁신이 제안됐다.

　건설·조선기업이 공동출자로 해외 제작거점을 신설해 원가·품질경쟁력을 높이는 대안이며 시범프로젝트로는 아부다비 원전 프로젝트가 적격이란 제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일 열린 ‘세계시장 선점을 위한 신사업 모델 세미나’에서 한국 건설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이 같은 제안을 내놓았다.

　수주산업, 선주문 후생산, 옥외생산 등의 다양한 유사성 때문에 고 정주영 현대건설 명예회장은 조선을 ‘철판을 이용한 건설사업’이라고 지칭했을 정도다. 건설이 현지시공 위주로, 조선이 대규모 생산기지를 활용해 사전제작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세계 1위에 오른 조선산업의 경쟁력은 동남권 해안의 세계 최대 생산기지와 사전제작, 모듈공법 등을 통한 탁월한 생산성 등에서 나왔다는 게 건산연의 평가다. 건설산업도 세계적 경쟁력을 배양했지만 최근 저임금을 무기로 한 중국, 터키 등 신흥주자들과의 경쟁 아래 새 활로가 절실한 상황이다. 갈수록 치솟는 인건비와 현지의 열악한 작업환경 등의 해결에 실패한 탓이다. 건산연은 조선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공장 내 사전제작 비중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이복남 연구위원은 “산업 전반을 관통한 융합 흐름 속에 건설업만 예외일 수 없기 때문에 건설업도 갈수록 제조업화할 것”이라며 “플랜트에 한정된 조선산업의 사전제작 및 모듈공법 등을 교량 등 토목시설과 건축공사에 다양하게 적용하는 실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 일환으로 중동 등 해외건설 요지이자 대규모 원전프로젝트를 건설할 아부다비에 해외건설 플랫폼(제작거점)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조선과 건설기업이 공동출자하되 기업간 이견을 조정할 정부가 인프라펀드 등의 형태로 동참하는 것도 방법이다. 플랫폼은 원전배관 및 용접 등에 정통한 건설 기능인력을 체계적으로 키우는 요람이자, 해외프로젝트 수주기지 역할도 병행할 수 있다.

　영국의 벨포어비티(Balfour Beatty), 이탈리아의 사이펨(Saipem) 등의 선진기업들은 이미 소규모 플랫폼을 만들어 생산원가를 절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대형건설사 CEO들이 융합을 통한 플랫폼 구축 제안에 공감했고 작업의 60% 이상이 사실상 건축공정인 크루즈선 수요증가에 맞춰 대형조선사들도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게 건산연의 귀뜸이다.

　이 연구위원은 “전통적 기술과 시장만 고집해서는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은 불가능하며 새 시장은 늘 새 기술을 필요로 한다”며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자동 제작장치를 갖춘 건설산업의 새 모델이 실현되면 무한한 해외시장을 둘러싼 경쟁에서 인건비, 기술 부문 한계를 상당부분 뛰어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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