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화력발전공기업이 유연탄 수송선을 사상 처음으로 공동 발주한다.
발전5사 협의체인 발전회사협력본부(본부장 박종훈)는 15만t급 벌크선 7척을 ‘토종 해운사’를 대상으로 이달 말에서 내달 초쯤 공동 발주한다고 13일 밝혔다.
국내 화력발전소가 해운사와 장기계약을 맺고 수입해오는 유연탄은 총 70척 분량이다. 이 가운데 10%를 이번에 공동 발주하는 것이다.
계약기간은 2014년에서 2018년까지 5년간이다.
낙찰금액은 3600억~4000억원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협력본부 관계자는 “종전사례를 보면, 15만t급 1척에 4600만달러, 우리 돈으로 511억원 정도에 장기계약 됐었다”고 말했다.
입찰방식은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내는 업체에 수주권이 주어지는 '최저가낙찰제'가 유력하다.
국내 해운·조선사들은 발주처가 미리 정해놓은 가격에 가장 근접하게 써낸 업체가 수주하는 '예가입찰방식'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가입찰방식은 발전단가를 높여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발전5사는 그러나 이번 입찰에서 선박건조를 국내조선소로 제한키로 했다.
국내 해운·조선업의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입찰참여 범위를 넓혀 중소업체와 동반성장도 도모할 계획이다.
발전회사협력본부는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업계 관계자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발전회사·국내선사간 상생협력을 위한 워크숍’을 열고 이 같은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해운업계는 일본 선사가 국내 유연탄 수송에 참여하면서 지난 10여년간 2조6500억원에 해당하는 국부가 일본으로 유출됐다고 주장해왔다. 발전공기업들이 외국계회사와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한 건 18척에 달한다.
이날 워크숍은 국내 해운업계를 상대로 한 일종의 현장설명회였던 셈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워크숍에서 “특정업체에 일감을 몰아주지 않도록 국적선사 2곳, 조선사 1곳 이상이 컨소시엄을 구성토록 입찰조건에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생차원에서 중소해운사의 진입장벽을 낮춰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입찰조건에 ‘국내 조선사’가 아닌 ‘국내 조선소’라는 단서를 달아달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STX, 한진 등 대형조선사들은 해외에서도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력본부 관계자는 “워크숍에서 나온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공동입찰 주요조건을 확정할 계획”이라며 “입찰결과를 지켜본 이후 발전5사가 7만~8만t급 소형선박을 추가로 공동 발주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발전회사협력본부는 2010년 8월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전력산업구조 발전방안’에 따라 5개 화력발전공기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지난해 1월 설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