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비슷하잖아요. 이건 ‘실적쌓기’라고 보는 거죠.” - 국회 A보좌관

　하도급 부당 단가 인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10배로 확대하고, 하도급 대금 지급 기일을 절반 가까이 축소하는 내용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하도급법 개정안)’이 무더기로 발의되면서 ‘실적쌓기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대선 공약 및 표심을 겨냥한 법안 발의라는 평이다.

　9일 국회에 따르면 하도급법 개정안은 지난 5월30일 이후 현재까지 총 12건 발의됐다.

　하도급법 개정안 대표 발의 의원은 △진영 새누리당 의원(5월30일) △오제세 민주통합당 의원(6월8일) △이상직 민주통합당 의원(6월21일)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7월6일) △강창일 민주통합당 의원(7월11일) △홍영표 민주통합당 의원(7월12일) △노웅래 민주통합당 의원(8월2일) △김우남 민주통합당 의원(8월24일)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8월31일) △이목희 민주통합당 의원(9월3일)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9월 5·6일 2건) 등이다.

　개정안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최대 10배까지 늘리고, 부당결제 청구 금지 및 서면계약서 미교부 행위 및 납품단가 인하행위 등 책임 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원사업자가 발주자로부터 선급금·준공금·기성금을 받을 때는 하도급 지급 기일을 현행 15일에서 7일로 단축하고, 하도급법 상습 위반자에 대한 부정당업자 제재(입찰참가 제한 6개월~3년이하)를 신설,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의무화와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 분쟁조정 시 하도급자가 조합에 조정권한을 위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12건의 법안 가운데 7건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등 유사한 내용이 많다는 지적이다.

　개정안을 발의한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트렌드처럼 당연히 쟁점화될 법안이라고 보는 것”이라며 “숟가락 하나 더 얹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소위, 법사위 등을 거쳐 대안(총괄적)으로 법이 정리될 것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회 한 입법조사관도 “여야 모두 대선을 겨냥해 ‘경제민주화 실현’을 목표로 대기업의 불공정행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고 개선하는 건 (국회의원의) 당연한 의무지만, 이처럼 비슷비슷한 내용을 앞다퉈 발의하는 건 행정력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정안의 실효성을 검토했는지도 따져야 한다”면서 “자칫 거액의 배상금을 고려해 소송 남발이나 과다한 배상액 등으로 기업활동이 위축되는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오는 18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한 모의재판을 연다.

　강훈 법무법인 바른 대표가 재판장으로 나선다.

　지난 4·11 총선에서 부당 단가인하에 대한 10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명문화하는 내용의 ‘하도급법 개정안’ 처리를 약속한 새누리당에서는 나성린 정책위부의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한형용기자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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