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해안을 강타한 태풍 볼라벤 때문에 영광원전, 보령화력 등 대형 발전소들이 잇달아 멈춰 설 뻔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달 28일 영광원전측은 1~4호기의 출력을 31만2000kW만큼 줄였던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시 31분까지 약 3시간에 걸쳐서다.
발전소에서 신남원변전소로 이어지는 송전선로가 이상신호를 끊임없이 보내왔기 때문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강풍에 휘청대던 나무들이 송전선에서 1m 정도 근접해도 관련 기기들은 이를 직접 맞닿은 것으로 인식한다”며 “비닐하우스 등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들이 송전선에 닿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총 400만kW급인 영광원전 1~4호기는 4개 회선으로 신남원변전소 등에 전기를 보내왔다.
하지만 대용량 전기를 옮기는 4개 ‘핏줄’ 중 1곳이 막혀버린 만큼 ‘동맥경화’는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다른 1개 회선이 또 끊어진다면, ‘심장’에 해당하는 발전소는 순식간에 마비될 게 뻔하다.
전력거래소(이사장 남호기) 중앙관제센터는 송전선이 추가로 끊어질 것에 대비, 영광원전측에 감발운전을 1시간 30분 앞서 지시했다.
북상하던 태풍은 충남 일대도 할퀴고 지나갔다.
국내 최대의 화력발전단지인 보령화력도 피해를 입었다.
오전 11시 46분. 보령화력 1~2호기와 보령복합 1~3호기 가동이 갑자기 중단됐다. 총 230만kW다.
원인은 보령화력에서 청양변전소를 잇는 송전선들이 강풍에 맞부딪히며 일어난 단락사고로 추정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령화력에서 아산변전소로 이어지는 송전선이 벼락을 맞아 제 기능을 상실했다.
영광, 보령을 합쳐 모두 630만kW의 전력공급능력이 갑자기 사라질 뻔 했던 것이다.
다행히 보령화력 일부 발전기들은 전력계통에서 떨어져나간 지 1시간 20분 뒤부터 차례대로 복구됐다.
태풍은 수도권 전력수요의 20%를 담당하는 영흥화력발전소도 뒤흔들었다.
저탄장에 쌓여있는 유연탄을 옮기는 상탄설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영흥화력측은 이날 오후 12시30분부터 3시 20분까지 3시간가량 출력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송전선로도 강풍과 낙뢰로 많이 고장 났다.
전국에 깔려있는 1869개 송전선로 가운데 이날 하루에 121개 회선에서 고장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태풍의 위력에 비해 발전·송전부문 피해는 비교적 적었다는 게 전력거래소의 분석이다.
전력거래소측은 한전, 발전회사와 긴밀한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태풍이 한반도에 접근하기 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놓고 대책을 마련, 한발 앞서 사전조치를 내렸다는 것이다.
전력거래소 중앙관제센터의 급전지시를 신속히 따른 발전소 현장근무자들의 역할도 컸다. 덕분에 발전소 가동이 한꺼번에 중단되는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태풍이 왔을 때에 대비해 50가지 대응전략을 미리 수립해둔 효과를 이번에 톡톡히 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