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이 전력당국을 상대로 수조원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키로 결정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전은 “전력거래소와 비용평가위원들의 부당하고 편향적인 업무처리로 4조4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28일 공식 발표했다.
한전은 대규모 적자를 6개 발전자회사로 덜어내기 위해 지난 3월부터 내부 수익조정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이 과정에서 한전은 심판격인 전력거래소와 비용평가위원회가 편파판정을 일삼았다고 주장, 결국 거액의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것이다.
한전은 “(전기를 생산한 대가로 6개 발전자회사에 납부해야할) 거래대금 가운데 적정치를 초과하는 부분만큼을 감액해 지급하겠다”고도 했다.
한전 관계자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로펌과 상의해 2주내에 법원에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으로 몇 일자 거래분부터 감액 지급할지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게 터져 나오고 있다.
법과 규칙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가운데 전력대금 일부를 납부하지 않겠다는 게 국내 최대 공기업으로서 과연 올바른 자세냐는 지적이다.
비용평가위원회는 8명 위원(위원장 포함) 가운데 4명의 외부인사인 만큼, 한전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비용평가위원회의 한 위원은 “한전이 대규모 적자로 고생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었기 때문에 이해당사자인 발전6사의 강력한 반대와 수많은 논란 속에서도 결국 한전의 뜻대로 결론이 수렴되고 있었다”며 “이런 와중에 한전이 위원들을 상대로 수조원대 손해배상을 제기하겠다니 어리둥절할 뿐”이라고 말했다.

▦ 용어설명
·‘비용평가위원회’는 어떤 곳?
발전기 연료의 열량단가, 정산조정계수 등 전력거래에 필요한 가격기준을 제·개정하는 곳이다. 매월 1회 개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위원은 전력거래소 이사장이 위촉한다. 현재 위원장은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이 맡고 있다. 최규종 지식경제부 전력진흥과장, 권석기(전력거래소)·송창현(한전)·윤태주(동서발전) 본부장이 당연직 위원이다. 외부인사로는 조성봉 숭실대 교수(경제학과), 김진오 한양대 교수(전기공학과), 왕규호 서강대 교수(경제학과)가 전문가위원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간사는 김용완 전력거래소 처장이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