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건설사 등 상황실 운영···시나리오별 대책 마련

   초대형 태풍 볼라벤(BOLAVEN)이 본격 상륙하면서 27일 밤부터 전국이 강풍과 집중호우의 영향에 들어섰다.

　28일 오전 수도권에서 최대초속 30m 안팎의 강풍이 예상되는 등 적지않은 풍수 피해가 우려되면서, 건설현장마다 철저한 안전조치와 함께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27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볼라벤은 이날 오후 9시 현재 제주 서귀포 남남서쪽 약 240㎞ 지점 해상에 도착한 뒤 전라ㆍ충청 서해안과 수도권을 향해 북진을 계속하고 있다.

　28일 오전 9시에는 중심이 목포 서쪽 90㎞ 부근 해상에 접근한 뒤 오후 2시께는 인천과 서울 등 수도권에 접근하고 이후 밤 9시쯤 신의주 동쪽 부근을 중심으로 삼아 북쪽으로 빠져나갈 전망이다.

　특히 볼라벤은 제주에 상륙할 당시, 중심기압 930헥토파스칼(hPa)로 최악의 태풍인 ‘매미’나 ‘루사’와 맞먹는 위력을 유지하고 있고 남쪽지역에 평균 100~200㎜, 최대 300㎜의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돼 주거ㆍ산업지역에 적지않은 풍수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은 “28일 9시에는 목포를 중심으로 반경 400㎞ 일대에서 초속 41m의 강풍과 집중호우가 발생하고 서ㆍ남해안 지역에서는 너울과 함께 강한 바람으로 폭풍해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역대 최악과 맞먹는다”는 잇달은 경고에 건설업계와 관련기관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은 저마다 본사에 상황실을 마련한 채 비상근무에 돌입하는 한편 현장마다 풍속ㆍ강우량 등 시나리오별 비상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소방방재청과 각급 발주기관들도 저수시설 예비 방류와 배수시설 및 양수기 확보 등 준비태세에 들어갔다.



   ■초강력 태풍 볼라벤 예상 경로ㆍ영향은?

   27일 오전 9시 일본 오키나와 북북서쪽 250㎞ 부근을 통과한 15호 태풍 볼라벤(BOLAVEN)의 중심은 기상청 예상대로 같은 날 저녁 9시 제주 서귀포시 남남서쪽 240㎞ 부근 해상에 도달했다.

　기상청 예측에 따르면 28일 새벽 3시에는 제주도 가장 가까운 지점을 통과하면서 반경 450㎞ 일대에 걸쳐 초속 40m 이상의 강풍과 남ㆍ서해안 일대에 시간당 30㎜ 이상, 최대 300㎜의 집중호우를 뿌릴 전망이다. 이후 북상하면서 점차 힘이 약해지겠지만 서울에 근접하는 오후 2시까지도 초속 38m 안팎의 강한 세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기상관측 이래 서울에서 순간 최대풍속이 가장 빨랐던 것은 1995년 9월에 기록된 31.5m였다”며 “좀처럼 초속 30m를 넘어본 적이 없는 수도권에서 현재 예상하는대로 35m 이상의 강풍이 나타난다면 낙하, 붕괴, 비산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걱정했다.

　특히 볼라벤은 남해안으로 상륙해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큰 피해를 낸 ‘매미(2003년 9월)’나 ‘루사(2002.8)’와 달리 서해안을   따라 북진하고 있기 때문에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이 태풍 진행방향의 오른쪽 ‘위험반원’에 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볼라벤은 서해로 북상해 상륙한 ‘프라피룬(2000.8)’이나 ‘베라(1986.8)’와 비슷한 양상의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기상청은 27일 제주도 육ㆍ해상에 태풍주의보를 내린 뒤 이날 밤에는 태풍특보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중부지방은 29일 아침까지 태풍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태풍이 28일 오후 늦게 북한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변 기압계에 따라 강도와 이동 경로는 다소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제15호 태풍 볼라벤 이동 전망

　27일 21시 =  서귀포 남남서쪽 240㎞ 해상 = 최대풍속 45m = 강풍반경 480㎞

　28일 09시 = 목포 서쪽 90㎞ 해상 = 최대풍속 41m = 강풍반경 430㎞

　28일 21시 = 신의주 동쪽 100㎞ 육상 = 최대풍속 36m = 강풍반경 380㎞

　29일 09시 = 청진 북북동쪽 780㎞ 육상 = 최대풍속 27m = 강풍반경 330㎞

   ■건설현장ㆍ관계부처 대응채비는?

   매미ㆍ루사나 볼라벤 같은 대형 태풍이 발생하면 강풍에 의한 낙하와 충돌,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및 토사붕괴, 전기시설 장애로 인한 감전사고 등 안전재해가 잇따르기 쉽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을 비롯한 주요 건설업체들은 27일부터 본사에 비상대책반 상황실을 운영하면서 태풍의 진로와 영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특히 서ㆍ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의 건설현장에 시나리오별 비상대책 지침을 가동한다.

　관련 현장들은 먼저 크레인이나 철골조립 등 고공 작업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 강풍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일체의 야외작업을 모두 중단할 계획이다. 배수로와 배수ㆍ양수 장비는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놓고 있고, 강풍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시설물이나 표지판, 각종 자재 등도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거나 철저히 고정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현대건설의 임병천 건설안전환경실 부장은 “태풍이 올라오는 경로와 속도, 풍속과 강우량 등에 따라 시나리오별 대책을 마련하면 각 현장마다 단계별로 대책을 적용한다”며 “특히 재해에 취약한 토목현장의 경우 가시설물의 안전대책을 강화해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부처와 각급 공공기관들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중앙대책본부는 산사태와 급경사지, 옹벽, 축대 등 재해취약지구 8048곳과 타워크레인, 철탑, 전신주, 변압기, 옥외광고물 등 3만7000여 곳에 대해 사전점검 및 안전조치를 취한 한편 재해위험지구와 소하천, 수해복구사업 등 건설현장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국토해양부는 홍수대책 상황실을 운영하면서 4대강 16개 보 전체를 개방했고, 수자원공사는 8개 댐을 사전방류했으며, 한국전력은 2600대의 복구 장비를 미리 준비해놓고 우려지역을 중심으로 지켜보고 있다.

　전국의 발주기관들도 저마다 안전대책본부를 꾸려놓고 건설현장을 중심으로 안전점검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인천항만공사의 박홍남 건설본부장은 “26일부터 자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해 운영하면서 갑문, 계류시설, 여객터미널 등 안전점검에 주력했다. 특히 인천신항과 경인아라뱃길 현장의 안전에 유의해 태풍 진로와 예보를 주시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태풍 대비한 안전수칙은?　

   볼라벤처럼 강풍과 호우를 동반한 대형 태풍이 다가오는 상황에서는 어느 때보다 사전 안전점검과 복구채비가 긴요하다.

　각 가정이나 산업ㆍ건설현장을 막론하고 먼저 TV나 라디오를 통해 태풍의 진로와 도달시간을 숙지해놓는 한편, 비상 시 피난처와 비상연락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에서는 응급약품, 손전등, 식수, 비상식량 등 생필품도 미리 준비해둔다.

　특히 건설ㆍ산업 현장에서는 강풍으로 인한 낙하,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와 토사붕괴, 감전사고 등이 인명피해를 가져오는 가장 위험한 요인이다.

　△강풍ㆍ낙하 = 강풍으로 자재 등이 떨어지거나 날아다니며 근로자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거나 재산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각종 시설물이나 표지판, 건설자재, 적재물 등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단속하고, 야외작업은 되도록 삼가야 한다. 순간 풍속이 10m를 넘어서면 철골작업, 타워크레인 설치 및 수리, 해체작업 등은 전면 중지해야 하고 20m를 넘어서면 타워크레인 작동을 아예 멈춰야 한다. 낙하물 방지망의 상태도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이밖에 아파트 등 고층건물의 유리창 파손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젖은 신문지나 테이프 등을 창문에 붙이고 창문 가까이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다.

　△집중호우 = 토사유실, 붕괴, 지반 약화 등으로 인한 건물이나 시설물의 손상, 지하 매설물의 침수ㆍ파손과 인명피해 가능성이 높다. 평소 지반이 취약한 곳이나 옹벽 등 붕괴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에 대해 정밀점검을 벌이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건축현장 등에서 침수가 발생하면 붕괴ㆍ감전 등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미리 주변 배수구와 하수구를 점검하고 양수기 등 복구시설도 준비해둬야 한다.

　△감전 = 도로변의 가로등, 교통신호등, 입간판 등과 같이 전기를 이용하는 시설물이 물에 잠겼을 때는 감전을 예방하기 위해 접근을 금지한다. 실내가 침수됐을 때는 전기 콘센트나 전기기기 등을 통해 전기가 흐를 수 있기 때문에 배전반의 전원스위치를 반드시 내린 다음 물이 완전히 빠진후 점검을 거쳐 진입해야 한다. 특히 강풍 뒤에 전주 위 전선이 끊어진 것을 발견했을 때는 절대로 접근하거나 만지지 말고 신고해야 한다.

신정운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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