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자력분야 연구개발(R&D)의 일원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이 최근 원자력 R&D부문 통합 1주년을 맞았다.
‘원자력 기술을 선도하는 세계 최고의 연구원’을 비전으로 내건 중앙연구원은 국내 유일 원전 기업의 부설연구소이자 국가 전략이행 R&D기관으로서 연구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개원 이후 1년이 흘렀지만 사실 연구원의 역사는 그보다 훨씬 깊다.
1983년 6월 한국전력 기술연구본부 원자력연구실로서 태동기를 맞은 연구원은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따라 한수원 원자력환경기술원으로 분리 개원했다. 2006년 11월 원자력발전기술원으로 거듭난 뒤 지난해 8월 한전 전력연구원의 원자력 부문 인력 108명을 흡수 통합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중앙연구원이 ‘개원’보다는 ‘통합’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다.
원자력 R&D 부문 통합은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에는 R&D와 엔지니어링의 역할 경계가 모호하고 한전 전력연구원과의 업무영역 중복으로 혼선을 겪는 일이 많았다. 중장기 R&D 인력계획 수립에도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원전 종합연구원으로서 체제를 구축하면서 현장 기술수요에 신속대응하는 한편, 연구 및 기술지원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인력을 집중 양성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됐다.
중앙연구원은 원전 설계·건설, 운영·정비, 방사선·안전 등 원자력 전 분야에 걸쳐 R&D를 수행하고 있다.
원전 설계·건설 분야에서는 현재 한국형 신형경수로인 APR1400을 넘어서는 고유 수출노형 APR+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 핀란드 등 유럽시장 진출을 목표로 EU 요건을 충족하는 APR1400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원전 중대사고 관리코드를 국산화하고 APR1400 모델의 미국 NRC(원자력위원회) 설계 인증 취득을 추진하고 있다.
원전 운영·정비 분야에서는 ▲대용량 펌프 및 밸브 성능시험설비 구축 ▲지진 및 단층활동성 정량화 기술개발 ▲전 원전 통합설비 신뢰도 DB 구축 ▲원자로냉각재 아연주입 기술 적용 ▲재장전 노심설계 검증체계 구축 ▲예방·예측 정비기술 고도화 등 기술혁신을 꾀하고 있다.
방사선·안전분야에서는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중대사고 대처와 대응능력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방사성폐기물 처리기술인 유리화 기술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통합 조직을 정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시스템 개선 노력도 뒤따랐다.
초반 49개팀에 달했던 조직을 올해 3월 35개 그룹 및 팀으로 개편, 기능중심에서 기술중심 조직으로 탈바꿈했다. 연구개발 절차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R&D 프로세스도 단순화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연구원은 앞으로 연구성과 극대화를 위해 성과중심의 조직체제 구축, 연구관리 전 주기의 선진화, 연구인프라 확충 등 다양한 전략을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갈수록 수요가 늘고 있는 현장 엔지니어링 지원체제를 강화하고 기초 대형과제를 이끄는 연구추진 조직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인터뷰) 조병옥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장

"통합 계기로 위상 높아져…세계 최고 연구원 만들 것"

“개원보다는 통합의 의미로 봐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존에 원자력 R&D를 두 기관이 수행하다보니 효율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었는데 지난 1년을 돌아보면 통합하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병옥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장은 개원 1주년의 의미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언론 인터뷰를 꺼린다는 그였지만 연구원의 지난 성과를 언급하면서부터는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현장 엔지니어링 협조 요청 건수가 2년새 2배 이상 늘어날 정도로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신형 노형 연구 등의 비중이 컸는데 연구원 통합 이후 현장 지원에 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조 원장에 따르면 중앙연구원의 역할은 원전 관련 핵심기술 개발과 같은 기본적인 연구활동 외에도 현장 기술지원 등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원전 고장이나 예방정비 활동을 비롯,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최근 고리 1호기 재가동과 관련,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나 시민단체와의 토론회 등에도 연구원들이 파파견돼 현장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원전본부별 기술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운영 중인 ‘사이트(Site) PM’제도 조 원장이 내세우는 성과 중 하나다. 본부별로 기술지원 총괄책임자를 지정해 긴급 현안이 발생할 경우 신속히 지원팀을 꾸려 지원에 나서는 제도다.
“중앙연구원으로 통합되면서 현장 기술지원 부문이 확실히 강해졌습니다. 발전소가 고장나면 즉시 기술지원을 할 수 있도록 긴급지원체계를 구축했을 뿐 아니라 사전에 고장을 막자는 취지에서 선제적 예방정비 활동방안도 구상 중입니다.”
연구원 본연의 역할이라 할 수 있는 기술개발 부문에서도 한국 고유 수출노형 개발과 품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3년 전부터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유럽형 APR1400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최근 핀란드 사업건과 맞물리면서 더욱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핀란드의 안전성 요구기준이 매우 까다롭지만 내년 수출이 성사되면 크게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미국 진출을 위해서도 NRC 설계인증 취득을 추진 중입니다.”
주요 연구개발 성과가 해외수출로도 이어지면서 내부적으로 고무된 분위기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와 원전 시뮬레이터 2기 공급계약을, 중국과 진산원전에 대한 재순환집수조 성능평가 및 설비개선 설계계약을 맺기도 했다. 방사성폐기물 유리화기술도 수출계약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조 원장은 앞으로 ‘세계 최고의 연구원’을 목표로 연구역량 강화와 기술혁신을 통해 글로벌 기술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20년까지 최고기술 80개를 보유하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바가 있습니다. ‘Yes, we can’, ‘Hope is now here’, 즉 긍정의 힘입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것도 없습니다. 세계 선진국과 기술격차를 극복하고 우리 연구원이 원자력 분야 세계 최고의 연구원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결집해 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