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와 경기도 남양주시가 하도하수처리장의 불법 방류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전국 하수관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합류식 관거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합류식 관거는 오수만 하수처리장으로 들어오게 만들어진 분류식과 달리 오수와 우수(빗물)가 동시에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여름철 처리용량 이상의 하수가 하수처리장으로 들어와 시설용량을 초과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23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수처리장 가동율이 100%를 초과한 전국의 공공하수처리장은 67개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하루 500톤 이상 처리하는 공공하수처리시설 496개소 가운데 14%에 육박하는 수치다.

　예산 덕산 하수처리장의 가동율은 232%였고, 거창과 당진 하수처리장의 가동율은 166%와 149%를 기록했다. 환경부는 하수도 시설기준을 통해 적정가동율을 70~80%로 설정하고 있다.

　하수처리장 가동율은 일평균 유입하수량을 시설 용량으로 나눈 수치이기 때문에 100%가 넘었다는 것은 하수처리장에서 모두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하수가 유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이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것이 합류식 관거다.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는 우리나라 특성상 일시에 엄청난 양의 우수가 하수처리장으로 쏟아지면서 시설용량을 넘기기 때문이다.

　이번 방류 사건을 일으킨 화도하수처리장에도 합류식 관거로 하수가 들어온다.

　시설 용량을 초과한 하수는 침전 등 간단한 처리과정만을 거친 다음 그냥 월류관(By-pass)를 통해 흘려보낸다.

　가동율이 100%를 넘긴 지방의 한 하수처리장 관계자는 “합류식 관거로 돼 있는 하수처리장은 비가 많이 내리면 월류를 시킨다”면서 “월류는 법으로도 규정돼 있어 불법은 아니지만 우수는 물론 오수도 함께 배출돼 버리기 때문에 문제 소지는 있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수처리장의 시설 용량을 늘리거나 하수관거를 오수와 우수를 구분하는 분류식으로 정비해야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하수처리장 시설 용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인구 증가 등 하수 배출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에 가능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하수관거를 정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 지방자치단체는 하수관거 정비보다는 시설 용량 확대에 관심이 더 많다.

　전국 하수관거의 80% 이상으로 알려져 있는 합류식 관거를 정비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예산을 투자해야 하지만 하수처리장 용량을 늘려 놓으면 지역내 추가 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환경부가 지자체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하수관거 신설연장 가운데 빗물만 따로 처리하는 우수관거 설치비율은 고작 6%에 그치는 실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남양주시도 근본 대책으로 화도하수처리장 증설을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시설용량도 하수처리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수관거 정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환경부는 남양주시가 화도정수처리장의 무단 방류가 일시적인 월류였다는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환경부는 “월류라 하더라도 침천이나 소독 등의 절차를 거쳐서 방류구로 배출돼야 하는데 화도정수처리장은 아무런 처리없이 무단으로 방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해석기자 haese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