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납품비리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한국수력원자력이 앞으로 비리에 연루된 업체는 향후 10년간 협력 연구개발(R&D) 지원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 R&D 과제 수행기업 선정 절차도 개선한다.
한수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 협력연구개발사업 지침 개정작업에 한창이다. 납품비리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협력 R&D 과제 수행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한수원은 협력 R&D 업무단계별로 과제 수행기업과 유착관계가 발생하기 쉬운 항목을 개선하고, 과제 수행기업 선정과정에서 업체들에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등 내달 시행을 목표로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주요 개정내용을 들여다보면 우선 부정당 제재업체에 대해 협력 R&D 과제 수행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이에 따라 납품비리 등으로 부정당업체 제재를 받은 업체는 제재일로부터 10년간 협력 R&D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과제 제안 또는 검토과정에서 한수원 사업소별 구매 예상물량을 명시하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된다. 이후 업체가 협력 R&D 과제를 통해 개발한 신제품이 개발선정품으로 지정되면 구매 예상물량을 확정하고 이를 우선 구매하게 된다.
기존에는 업체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제품 개발단계에서 구매 가능물량을 부풀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제품이 개발되더라도 생산된 물량만큼 판매가 어려워 업체들이 영업에 애를 먹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이번 제도 개선으로 기업들은 사전에 구매 예상물량을 파악해 경제성을 따져본 뒤 과제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 개발의지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한수원은 보고 있다.
과제 수행기업 선정 절차도 개선된다.
사내직원과 설비비 주관부서에서 과제를 제안하던 방식에서 직원 제안만 가능하도록 절차를 일원화하고 업체도 과제를 제안할 수 있도록 했다.
과제 수행업체 선정을 위한 ‘과제수행기업 선정위원회’도 신설된다. 공모기간도 기존 2주에서 3주로 늘려 많은 기업들에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과제 수행기업들이 제품 개발 뒤 원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리곤 하던 관행이 개선될지 여부도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다. 한수원은 기업들이 발주하던 시제품 원가 조사용역을 직접 발주해 공정한 가격을 산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수원 관계자는 “최근 납품비리 사건과 관련해 감사실의 권고사항을 반영하고 R&D 과제 수행과정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