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인 매뉴얼 탓에 적기복구 지연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전 국토를 휩쓴 반면 이를 선제적으로 예방해야 할 국토해양부 산하 5개 지방국토관리청의 수해복구 공사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났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부 감사담당관이 올해 장마철에 앞선 5월14~25일까지 이들 기관별 우기 대비 시공실태를 사전 점검한 결과, 이 같이 지적됐다.

　국토부의 ‘수해 관련 업무 매뉴얼’상 재해복구 사업은 원칙적으로 다음 우기 이전에 완료해야 한다. 반면 감사담당관이 서울·부산·익산·원주지방청의 수해복구 공사를 실사한 결과, 무려 42건의 공사가 익년도 우기까지 계속 시공했다.

　지방청별 자재·장비·인력투입 등 공정계획 검토가 미흡한 점도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근본적 문제는 국토부 본부의 매뉴얼에 있다는 게 감사담당관의 지적이다. 절대공기상 다음 우기 이전에 복구가 불가능한 사업까지 우기 전에 복구하도록 매뉴얼에 규정된 탓이다.

　감사담당관은 지방청별 공정계획 재검토에 더해 수자원정책관에게 수해 관련 업무 매뉴얼상 익년도 우기 전까지 완료해야 할 복구 대상을 선별, 지정할 것을 통보했다.

　수해복구 현장 곳곳의 부실시공도 만만치 않았다. 서울청은 서울 서초구의 국도대체우회도로 공사 때 흙깎기 구간에 위치한 전력선로용 철탑의 전도 위험을 무시한 사실이 적발됐다. 또 동두천 관내 국도대체우회도로 시공과정에서는 우기 집중호우에 대비한 현장점검상 미비점을 드러냈다.

　대전청에서는 석문육교 교대부에 추가로 굴착한 20ｍ 구간의 인접도로 안전 확보를 위한 책임감리원의 굴착 및 가시설물 보강 주문을 무시한 사실이 적발됐다. 서송원 육교 시공과정에서는 도로공사 표준시방서상 감리원의 순차적 구조물 시공 지적도 이행하지 않아 감사에 걸렸다.

　원주청은 태백~도계 도로 시공과정에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제안한 비탈면 안전성 연구 검토결과에 따른 비탈면 보강대책을 소홀히 했고 섬강 권역 지방하천 정비 때도 가도·축도 철거를 경시해 하부공사 시공이 지연됐다.

　부산·익산지방청에서는 흙쌓기 지점의 가장자리에 가배수시설을 설치해야 하지만 이를 등한시했다. 부산청은 4개 하천개수공사 때 책임감리원 승인을 받지 않았고 터널입구부 배수시설의 부적정 설치 사실까지 드러났다. 나아가 호우 때 위험한 맨홀 시공 과정에서 일반인 출입통제 표시 등 위험표지판마저 설치하지 않았다. 심지어 생비량~쌍백 국도확장공사 과정에서는 배수관 유출구를 기존 배수관에 연결할 때 수류 유도가 가능한 구조로 시공해야 하지만 이를 무시해 수로박스의 날개벽을 절개하는 재시공이 불가피해졌다.

　감사담당관은 이번 감사 결과를 토대로 시정 5건, 통보 10건의 행정조치를 내렸고 각 지방청에 수해방지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다각적인 안전시설 설치와 시공 관련 시정조치를 할 것을 지시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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