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격거리 규제 탈피해 일영·프라이버시 연계

　이웃간 살인까지 유발하는 일조권 분쟁을 막을 근본적 대안이 추진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이런 목표의 건축법 개정을 검토 중이다.

　용역의 발단은 올해 상반기 부산 연제구의 주상복합 신축과 관련해 법제처가 ‘준주거지역의 공동 주택도 주거지역처럼 일조권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법령해석이다. 그 동안 일조권 규제를 받지 않은 준주거지역 내 건축물에 대한 규제로 건축대란 우려가 불거짐에 따라 근본적 해법을 찾자는 게 정부 의도다.

　용역 결과를 보면 법제처 법령해석 후 불거진 준주거지 공동주택 일조권 규제 논란을 1차로 해소하되 궁극적으로는 건축법령에 부합한 합법적 건축물마저 일조권 소송에 휘말리는 법적 불합리를 개선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용역을 분담한 이상천 동아대 교수는 “건축법령상 일조규정을 민사상 일조권에 맞춰야 법과 건축행정에 대한 정부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축허가를 받은 합법적 건축물마저 소송대상이 되는 법적 불일치를 해소하려면 행정·사법부간 일조권 기준 통일만이 해법이란 설명이다. 이런 법적 기반을 마련하면 민사 판례도 바뀌고 일조 분쟁도 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혁경 A&U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일조기준과 프라이버시 기준을 분리해 전체 건축물은 현 일조기준으로 규율하고 공동주택은 프라이버시 차원에서 별도 규정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 일환으로 일조권을 규정한 현행 건축법 61조의 2항(공동주택의 높이는 1항 기준에 맞는 동시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높이 이하로 해야 한다)을 삭제하고 대신 공동주택 세대간 사생활 보호를 위한 높이제한을 담은 61조의2 조항을 신설하자는 제안이다.

　유광흠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연구위원도 “일조 관련 해외사례 및 기준상 직사광을 받을 일조권에 더해 그림자가 생기는 부분을 규율하는 일영권 등 환경권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통례지만 국내에서는 건축물 높이와 연계한 이격거리만으로 일조권을 판단한다”며 “과거 개발시대에 만든 건축법 체계는 결국 환경·주거권을 고려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하며 일조권 관련 건축기준 수술은 시간문제일 뿐, 반드시 필요하며 그 과정의 진통도 어차피 한 번은 감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건설업계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의 용역 결과를 보면 일조권을 고려해 건축물을 비정상적인 계단식으로 설계해도 용적률 손실이 20~30%, 정상적으로 지으려면 40% 내외의 용적률 감소 탓에 사업성 확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담당자들은 추후 민사소송을 감수하더라도 현 기준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까지 정부에 전했다. 반면 대세는 일조권 등 환경기준은 미룰 수 없는 현안이며 국민적 공감 아래 국가 차원의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는 쪽이다.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일조권에 대해서는 국민적 컨센서스 아래 범정부 차원에서 제도 틀을 정립해야 한다”며 “문제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지역주민의 지가하락, 건설업계의 물량 감소를 초래할 사안을 정부가 강행할 수 있느냐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상반기 법제처 법령해석 때 불거진 건축대란 논란을 경험한 국토부는 극히 신중하다. 일조권을 선진국 수준으로 맞추면 공동주택 등 건축물량 감소로 인한 서민 주거안정 차질과 건설경기 침체 등의 부작용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독일 등 서구선진국처럼 일조권을 포함한 지구단위계획 수립 때 사전공청회를 통해 일조권 배제로 인한 용적률 등 개발이익 증가폭과 일조권 적용에 의한 주거환경 개선 등 효과를 투명하게 제시한 후 당사자인 주민이 직접 결정토록 하는 방안 등에 이르기까지 다각적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조권 논란의 원인인 건축법 61조 2항은 삭제하되 민법·공법상 불일치 문제 등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국민적 합의를 이뤄낸 후에나 접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국진기자 ji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