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는 화성 태안의 아파트 신축현장 기계설비공사와 관련해 설비조합에 청구한 하자보수보증금 6500만원을 ‘지급자료 미제출’이란 이유로 1597일이 경과하도록 받지 못했다.

　#B사는 남양주 별내 도로현장에서 하도급을 불이행한 C사와 관련한 계약보증금 21억여원을 전문조합에 청구했지만 조합이 미지급하면서 소송을 제기했고 498일이 지나서 보증금에 지연이자까지 지급받았다.

　부실·방만경영 논란 속에서도 전문·설비조합은 보증기관의 책무인 보증금 지급은 뒷전이었다.

　보증약관에 따라 청구된 계약보증금 중 1년이 넘게 미지급한 사례는 전문조합만 36건(274억여원)이었다. 최대 지연사례는 경남 국도공사의 계약보증금으로 무려 765일이 지났다. 설비조합도 6개월 초과 하자보수보증금과 계약보증 청구건만 44건(73억원)과 29건(37억원)이었다. 조합원의 신용등급까지 마음대로 조절하며 보증을 남발한 양 조합이 정작 지급해야 할 정당한 청구보증금은 외면한 셈이다.

　주계약 내용이 아닌 실손해액 지급을 이유로 보증심사를 지연(소송 등)하면서 보증기관으로서의 신뢰성이 저하됐다는 게 국토부의 지적이다.

　중지된 업무거래까지 풀어 보증서를 발급하면서도 일부 업체에 대해서는 담당자가 적정한 사유 없이 자의적으로 조합원의 업무거래를 중지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 사례도 나왔다.

　국토부는 보증기간 내 조합원의 계약불이행 등으로 인한 보증사고 때는 보증금액 범위 내에서 약관 및 주계약 내용에 따라 채권자에게 보증금을 지급하는 게 합당하다며 조합이사장들에게 관련 규정에 따라 신속히 보증금을 지급할 것을 통보했다.

　반면 전문조합은 최근 정관을 바꿔 보증금 지급 사유를 주계약이 아닌 실손지급으로 전환했다.

　국토부는 전문조합의 경영수지 악화 원인에 대해 국내 건설경기 침체 외에 과도한 골프장 투자(1606억원), 연구원 운영비용 부담(과거 6년간 118억원), 퇴임 위원 과도 보상 및 공제금 지급지연에 따른 소송비용 및 지연이자 부담 등이 복합작용했다고 진단하고 경영개선을 위한 대책을 강구할 것도 주문했다.

　반면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한 ‘건설 관련 공제조합 감독기준’은 지난 7월24일에야 시행에 들어갔다. 늦긴 했지만 새 기준에 따라 공제조합의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위원회가 신설되고 위기에 대비한 비상위험준비금 적립도 가능해짐에 따라 방만경영 가능성은 상당부분 막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감사에서는 전문건설협회와 설비건설협회의 시공능력평가액 산정 과정의 부적정한 부분도 일부 드러났다.

　국토부는 50개 건설사의 기술개발투자액, 48개 건설사의 설계·특허 기술개발투자액, 풀베기·청소·설계용역 실적액을 재확인해 시평액을 재산정할 것을 주문했다.

　설비협회에는 건설업 외 다른 사업 겸업 건설사의 시공능력 평가를 치밀하게 이행할 것을 통보했다.

　국토부는 이번 감사에서 적발된 19개 사항에 대해 주의·통보·개선 등의 행정조치와 관련자에 대한 징계·경고·주의처분을 내리는 한편 조합이사장들에게 경영개선 노력에 진력할 것을 주문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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