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이 발전회사에 3일 지급해야할 전력대금 중 일부를 납부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경하게 내비쳤다가 막판에 입장을 급선회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한전이 최근 공문을 통해 대금 차감지급을 통보해왔었다”며 “하지만 3일 오전 10시 입금해야할 7월8일치 거래대금 972억원을 정상 납부하겠다는 뜻을 2일 오후 5시 40분께 전화로 알려왔다”고 전했다.
한전이 이처럼 행동했던 이유는 발전자회사와 재무균형을 맞추기 위한 ‘정산조정계수’가 자기 뜻대로 맞춰지지 않은데 따른 반발의 표시였다.
하지만 공기업인 한전에서 전기사업법을 고의로 위반한다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하면서 심경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한전은 전력거래시장을 사실상 무력화하기 위한 전방위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한전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달 27일 전력거래소(이사장 남호기)에 보낸 공문에서 “우리 회사가 수용할 수 없는 안건이 비용평가위원회에서 의결될 경우 법원에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또 “전력거래소와 비용평가위원회(위원장 김진우)가 정산조정계수를 그동안 파행적으로 조정해 4조4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며 “해당 실무자와 위원들을 상대로 개별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전 관계자는 “손해배상 청구 시기는 확정하지 않았지만, 법률자문을 거쳐 관련자료 작성은 끝낸 상태”라며 “현재 김중겸 사장의 최종결제만 남아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와 유관기관 등에 우리의 처지와 입장을 줄기차게 전달했지만, 아무런 개선도 없었다”며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을 넓은 안목에서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한전은 같은 공문에서 “대국민 언론투쟁과 감사원 감사청구도 요청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한전 노조인 전국전력노동조합(위원장 김주영)은 전력산업정책에 대한 특별감사를 청구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6일 오후 2시 감사원 정문에서 열기로 했다.
전력거래제도·구역전기사업제도 특혜의혹, 비정상적 전기요금제도 방치 등을 특별감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전 노사의 이 같은 공세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력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전이 대규모 적자로 어려운 상황임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지만, 자기 입맛에 안 맞는다고 협박에 가까운 몽니를 부리는 건 상식과 기존 정서에 비춰볼 때 굉장히 불합리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한전의 정산금 차감지급과 소송진행은 국내 전력거래시장의 위축은 물론 대외신인도 저하 등을 불러올 것”이라며 “현재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 용어설명
·‘비용평가위원회’는 어떤 곳?
발전기 연료의 열량단가, 정산조정계수 등 전력거래에 필요한 가격기준을 제·개정하는 곳이다. 매월 1회 개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위원은 전력거래소 이사장이 위촉한다. 현재 위원장은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이 맡고 있다. 최규종 지식경제부 전력진흥과장, 권석기(전력거래소)·송창현(한전)·윤태주(동서발전) 본부장이 당연직 위원으로, 조성봉·김진오·왕규호 교수가 전문가위원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간사는 김용완 전력거래소 처장이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