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열린 ‘전기공사 분야 협력기업 CEO 간담회’에서 한전과 전기공사업계는 ▲전력신기술 운영과 제도 개선 ▲변전공사 물량 확대 ▲2013년도 배전공사 협력회사 계약제도 변경 유보 ▲예산증액 및 공사물량 확대 등 주요 현안 논의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양측은 이날 ‘상생’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적극적인 자세로 의견을 교환했지만 ‘2013년도 배전공사 협력회사 계약제도 변경 유보’건에 대해서는 시각차를 보이며, 향후 관련 논의 진행에 있어 진통을 예고하기도 했다.

◆전력신기술 합리적 제도 개선 필요…한전 “6월 15일부터 활용심사 제정”
전기공사업계는 이날 전력신기술제도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재의 전력신기술은 개발자와 발주자에게만 혜택이 주어지고 공사업계에는 안전사고 위험 등 불이익만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하며, “합리적인 제도 개선과 현장운영을 위해 전기공사협회와 공조체계를 유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한전 측은 “전력신기술 활용심사 지침을 제정해 6월 15일부터 운영하고 있다”며 “전력신기술 도입심사위원회에서 시범활용 여부를 결정하고 활용심사위원회에서 본격활용 여부를 결정하는 등 단계별로 심의를 통해 우수한 전력신기술이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전력신기술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한전은 전력신기술제도 개선과 관련 6월 15일부터 TF팀을 구성, 운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공사업계 측은 TF팀에 전기공사협회가 빠져있는 것을 문제 삼으며, 제도 개선 과정에 참여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변전 전문회사 생존 위협 받는다”…발주 물량 확대 요구
변전 설비의 점검을 통한 설비고장 예방과 변전 전문회사들의 생존을 위해 공사 발주 물량을 확대해 달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한전에서 발주하는 변전공사 물량이 지난해 대비 40%가 줄어들었다”며 “물량 감소로 인해 경영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김중겸 한전 사장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변전소 증설을 지시해왔다”며 “발부물량이 40% 줄어들었다는 것에 대해선 검토를 해보겠다”고 답했다.

한전은 공사업계의 발주 물량 확대 요구에 대해 “변전설비 점검 및 교체는 설비 운전실적, 고장이력, 노후 정도 등을 고려해 기기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건전도 평가 시스템을 개발 적용하고 있다”며 “올해에는 지난 5월까지 전국설비를 점검, 그 결과를 토대로 노후설비를 조기 발굴 교체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전문회사와의 동반성장에도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공사업계, 배전공사 협력회사 계약제도 변경 놓고 시각차
양측은 전기공사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2013년도 배전공사 협력회사 계약제도 변경 건과 관련해서는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공사업계 측은 한전이 추진 중인 배전공사 협력회사 계약제도 변경 작업을 유보해 줄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김중겸 한전 사장은 제도 변경은 한전이 아닌 업계의 이익을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치며,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할 뜻을 내비쳤다.

공사업계는 이날 한전에 배전 협력회사 계약기간 2년, 추정도급액 현행 유지, 인력 및 장비 확보기준 최소화, 중견기업 육성 중장기 계획 사전공지 후 단계적 추진, 실적공사비 적용 제외 등을 요구했다.

특히 공사업계는 한전의 추정도급액 상향 움직임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추정도급액에 미치지 못하는 공사발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가의 장비와 필수인력 유지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헤아려 달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김중겸 사장은 “추정도급액이 너무 적을 경우 시공업체가 난립해 업체별로 가져가는 이득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며, 추정도급액 상향은 협력업체를 건실화하고 수익성을 높여주기 위한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한전은 추정도급액을 상향할 경우 회사규모가 커져 경쟁력 확보, 시공품질 향상 및 체계적인 안전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적격심사기준이 변경돼 무정전공사 실적 및 부정당업자 감점 등 신인도 평가를 통한 성실하고 우수한 회사를 선발할 수 있으며, 협력회사 대형화에 따라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 등 부실업체를 퇴출시키고 위장하도급 발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업계는 김중겸 사장이 밝힌 배전공사 업체의 대형화 및 건실화에는 동의하지만 시기가 이르다는 입장이다. 이날 최길순 회장을 비롯해 임승학 기술이사, 유광형 이사, 유명환 이사, 유재선 전남도회장 등 전기공사협회 임원진들은 한 목소리로 “배전공사 협력회사 계약제도 변경 작업이 너무 급하게 진행된다.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 의견”이라며 “올해까지는 기존의 제도대로 계약을 체결하고 다음 계약부터 제도를 변경한다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중겸 사장은 “계약제도 변경은 절대로 한전이 이득을 보려고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업계의 충격 최소화를 위해 제도 변경에 따른 배전공사 분야 감소업체 수를 세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예산 절감하지만 전력공급 관련 투자 아끼지 않을 것”
공사업계는 이날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지속적 예산증액으로 설비의 적기 유지보수와 설비투자 확대를 요구했다.

이에 한전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기요금 수준으로 2008년 이후 4년 연속 적자에 따른 부족자금 증가로 투자재원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설비안정성 및 신뢰도 확보를 위한 설비건설 및 보강사업 등에는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특히 요금인상이 요구수준으로 현실화될 경우 투자여력이 정상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중겸 한전 사장은 이날 적자 경영으로 인한 투자 감소 우려에 대한 질문에 대해 “연 9조원의 차입금을 통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투자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한전은 지방 사업소 사옥 건설 등 안정적 전력 공급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예산은 모두 줄여가고 있지만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한 투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사장은 ‘1대 10대 100의 법칙’을 언급하며, “1의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숨기게 되면 10의 비용이 추가로 들고 나아가 100의 비용까지 드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예산 등의 이유로 유지보수 작업을 미루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