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는 18대 국회 폐기법안 재추진 반대

　<국회 하도급법 개정안 주요 내용>

　△진영 의원(5월30일)-부당 단가인하 때 10배 이내 손배

　△오제세 의원(6월8일)-부당 단가인하 때 3배 이내 손배

　△이상직 의원(6월21일)-하도급대금 감액금지 위반 때 3배 이내 손배

　△이현재 의원(7월6일)-서면계약서 비교부·인력탈취·납품단가 인하 때 3배 이내 손배, 납품단가 인하 및 기술탈취·유용 때 검찰고발 의무화

　△강창일 의원(7월11일)-부당 하도급대금 결정 때 공정위 직권조사, 공정거래 질서 위반 때 최대 3년 입찰제한

　하도급 단가를 부당하게 인하한 원도급사에 대해 손해액의 3~10배를 배상토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일 열린 ‘하도급 정책자문단’ 회의에서 징벌적 손배제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징벌적 손배제를 담은 ‘하도급거래 공정화법 개정안’은 5월30일 진영 의원을 시작으로 7월6일 이현재 의원에 이르기까지 불과 1달 사이에 4건이 발의됐다.

　징벌적 손배액 상한은 진영 의원안이 10배로 가장 강하고 오제세·이상직 의원안은 3배, 이현재 의원안은 3배지만 손배 대상을 단가인하 외에 서면계약서 비교부, 인력탈취 등으로 늘린 게 차이점이다.

　공정위는 이날 회의에서 징벌적 손배제 상한액과 실손배상 기준 및 대상의 적정선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8대 국회에서 3건의 징벌적 손배제 도입법안이 앞서 발의됐지만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민법상 손해배상책임법리 위배 가능성과 거액 배상금 지급을 노린 소송남발 우려, 과중한 배상액으로 인한 기업활동 위축 등의 이유로 모두 폐기됐기 때문이다.

　회의 참석자들 중 하도급업계를 뺀 대부분 단체와 전문가들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원하도급 체계가 우리와 가장 비슷한 일본에도 징벌적 손배제는 없고 18대 국회에서 충분한 검증을 통해 이미 폐기한 사항을 정치권의 ‘표’풀리즘이 되살렸다는 강경론도 거셌다. 다만 무조건적 처벌은 동반성장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에 문제점을 치밀하게 검토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공정위의 의중은 징벌적 손배 확대 쪽에 무게를 둔 분위기였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포함한 재계와 대한건설협회 등의 원도급 건설업계는 강력한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건협 관계자는 “국내 손배제의 기본원칙인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과 어긋나는 과잉규제이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게 건설업을 포함한 재계의 입장”이라며 “배상 상한이 10배라면 부당단가 인하로 인한 손배액이 전체 하도급금액을 넘어설 수 있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참석한 민간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충분한 고민이나 검토가 없이 섣부른 법안들을 쏟아내면서 불거진 논란”이라며 “무조건적 처벌은 동반성장 기본취지와 안 맞고 다른 부작용을 유발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기존 도입사례를 충분히 고찰한 후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위반행위 수’와 ‘위반행위 유형의 수’가 혼재하면서 불거진 과징금 부과 과정의 논란 및 소송을 막기 위해 공정위가 이날 제시한 과징금 부과기준 통일(위반행위 유형의 수) 방안에는 대부분 참석자들이 동의했고 단일 위반행위 유형이 2가지 이상인 경우 상위유형의 점수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쪽으로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국진기자 jinny@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