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사장 김중겸)이 40년 만에 전기검침 사업 수의계약을 완전 폐지시켰다.
한전은 6월 28일 전기검침 용역 입찰공고를 내고, 지난 3일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이번 입찰은 40년간 지속됐던 수의계약 물량이 전면 폐기되고, 완전경쟁체제가 첫 걸음을 내딛은 것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

◆올해 55% 검침물량 풀려, 판도 바뀔 수도=한전을 대신해 수용가의 전기사용량을 검침하는 검침용역 업무는 1973년부터 40년간 수의계약형식으로 일부 업체가 독점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그러나 한전이 2006년부터 검침용역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면서, 검침시장에도 신규 업체가 진입하기 시작했다. 특정 업체에 혜택을 주는 것보다 다양한 업체에 기회를 주자는 시대적 흐름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한전은 검침용역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수의계약 물량 일부를 해마다 경쟁입찰로 전환했다. 그리고 올해 남은 24%의 수의계약 물량을 모두 경쟁입찰로 발주했다.
올 하반기에는 31%의 물량에 대해서도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만 55%의 물량이 풀리기 때문에 기존 전기검침 주요 업체들의 판도가 바뀔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인 셈이다.

◆현장원들의 근로조건 최대한 보호=이번 한전의 입찰에서 가장 큰 변화는 입찰 시 근로조건이행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행정안전부가 제정한 외주용역 ‘근로조건 보호지침’의 영향이다.
이를 통해 전기검침원들의 임금을 최소 177만4213원 이상 지급해야 하며, 4대보험 가입과 보험금 지급이 필수가 됐다.
한전은 분기마다 이를 점검하고, 미비한 부분에 대해선 10일 내에 시정조치를 요구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개선이 되지 않을 경우, 계약해지사유가 되며 1년 내에 입찰 시 감점을 받게 된다.
이를 통해 그동안 비교적 낮은 대우를 받아왔던 현장원들의 대우가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또 비계량 평가가 기존 53점에서 41점으로 대폭 축소됐다. 반면 계량평가는 27점에서 39점으로 크게 올랐다.
기존실적을 중심으로 점수를 매기는 계량평가의 비중이 커지면서, 앞으로는 객관적인 실적에 의해 전기검침 사업자가 결정될 것이라는 게 한전 측의 설명이다.
신규업체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실적인정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낙찰된 사업자가 바뀔 때 마다, 소속도 옮기게 되면서 고용불안을 걱정하는 현장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올 하반기부터는 계약기간을 3년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장원들의 잦은 이동을 줄이고, 소속변경에 따른 불안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한전 관계자는 “매 입찰마다 현장원들의 입장을 상당히 고려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업체들이 전기검침원들에 대해 합리적인 대우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