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이상 공사 입찰때 제출 신용평가등급 확인사

건설관련 협회서도 발급… “이달 시행방안 마련”



　행정안전부가 지난 3월22일 개정한 ‘지방자치단체 입찰 시 낙찰자 결정기준(회계예규)’의 신용평가제도 운용 방안을 놓고 골치를 앓고 있다.

　건설산업 관련협회가 신용평가등급정보를 종합ㆍ관리토록 회계예규를 변경하면서 신용정보기관(신용정보업자) 고유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검토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개정된 회계예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발주하는 추정가격 100억원 이상의 공사 등에서 건설사 경영상태를 평가할 때 신용정보기관이 발급하는 신용평가등급 확인서 이외에 관련협회에서 발급하는 확인서도 허용토록 했다.

　신용정보기관이 건설사의 신용평가등급을 관련협회에 제출하면, 협회가 이를 종합해 입찰공고일 기준으로 최근 1년 이내에 최신에 평가된 신용평가등급 확인서를 건설사에 회부한 뒤 건설사가 지자체에 제출하는 구조다.

　하지만 행안부는 회계예규를 개정한 지 2개월이 훌쩍 넘은 지난 7일에서야 8개 신용정보기관, 7개 건설산업 관련협회와의 첫 협의를 시작했다.

　최우선 동의가 필요한 신용정보기관의 의견 수렴을 뒤늦게 시작, 결국 개정된 예규 시행 방안이 불투명한 상태다.

　특히 행안부는 예규 개정 과정에서 기업의 신용평가정보를 신용정보기관이 아닌 건설산업 관련협회가 관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신용정보법을 위반할 가능성은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기업의 신용평가등급 정보 관리는 나이스디앤비, NICE신용평가정보, 서울신용평가정보, 한국기업데이터,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이크레더블 등 8개 신용정보기관 등만이 할 수 있다.

　건설산업 관련협회는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설비건설협회,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한국전기공사협회,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한국엔지니어링협회 등이 있다.

　신평평가기관 한 관계자는 “예규를 변경해놓고, 이를 껴맞춰 시행하려는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게다가 신용정보법 위반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예규를 개정한 것은 행정편의적 발상에 따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조달청의 G2B(나라장터) 시스템을 활용하면 입찰공고일 기준으로 가장 최신의 건설사 신용평가정보를 확인할 수 있음에도 이를 협회에서 관리해 확인서를 또다시 작성토록 한 의도를 모르겠다”면서 “만약 8개 신평사가 7개 협회에 정보 제공을 위한 보안시스템과 전용선 구축 등 수천만원에 달하는 관리비용 등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조차 명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신평평가기관 관계자도 “최근 신용평가정보를 제공하더라도 평가기관별 기준이 달라 등급이 다를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예규 개정 후 시행과정에서 나타날 문제점을 찾고 있다. 예규 개정은 신평사 등의 사전동의 사항이 아니다”라며 “예규개정 목표는 건설업체들의 신용평가정보 위변조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며, 이달말까지 세부사항을 (신평사, 협회 등과) 협의해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보실적을 관리하는 협회에서 발행하는 재무비율 확인서에 신용평가정보를 포함하기로 결정, 비용은 추가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뒤 신용정보법 위반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민간기업에도 신용등급평가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한편, 조달청은 지난 5월 이들 8개 신용정보기관과 협의를 거쳐 ‘신용평가기관에서 업체(건설사 등)의 공공기관입찰용 (신용)평가결과를 모두 나라정터 시스템에 의무적으로 전송’하도록 규정, ‘가장 최근의 유효한 신용등급정보’를 나라장터를 통해 검토한 뒤 공공기관 계약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만약 평가대상 건설사가 정당한 이유없이 나라장터에 신용평가등급 제출을 거부할 때에는 입찰무효 또는 낙찰자선정에서 제외하고 있다.

한형용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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