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전력수급 불안 시대의 ‘전력시장’을 진단하고 수급 불안의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전 세계 전력산업 산·학·연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기후변화 및 전력수급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력시장의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거래소(이사장 남호기)는 지난 13일 국내외 전력시장 분야 전문가와 실무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12 서울 국제전력시장 컨퍼런스(SICEM)’를 개최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이 행사는 국내는 물론 미국, 프랑스, 싱가포르, 인도 등 해외 전력산업계 인사들이 참석해 기후변화로 인한 전력수급 불안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대안들을 제시했다.

구자윤 전기위원회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자원빈국인 우리 한국은 에너지 공급과 소비의 효율화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지난해 한국이 겪은 순환정전도 경제규모에 걸 맞는 수준으로 에너지의 공급과 소비체제를 선진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컨퍼런스는 지난해 9·15 순환정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고 배출권거래제 시행의 확정으로 기후변화 대응이 본격화 되는 시기를 맞이해 ‘기후변화와 수급불안 시대의 전력시장’이라는 주제로 2개의 세션과 패널토의로 진행됐다. 연사로는 세계 각국에서 4명의 전문가가 참석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미국 텍사스 전력계통 및 시장운영 기관 ERCOT의 계통운영책임자인 단 우드핀은 지난해 2월 겨울에 있었던 텍사스 지역의 순환정전 사례를 발표했다.

단 우드핀은 “텍사스 역시 기후변화와 전력수요 증가에 미리 대처하지 못해 2015년부터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보장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력 도매시장의 상한가격 규제를 상향조정하고 부하감축 조치가 발동돼도 시장가격이 떨어지지 않도록 시장규칙 개정, 에너지 저장장치와 같은 새로운 자원의 편입 허용 등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프랑소아 코닐 라코스테 유럽현물전력거래소 CEO는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원자력발전을 포기하고 신재생에너지 위주의 공급확대 정책을 펴고 있는 독일과 달리 프랑스의 경우 국민들이 아직도 원전에 매우 호의적인 상태라는 조사결과를 소개하면서 프랑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로 구성된 현재의 유럽 전력시장이 점차 확대돼 유럽 전체가 단일 전력시장으로 진화해 나가고 있는 모습을 소개했다.

마이클 워터스 주한영국대사관 기후변화에너지팀장은 기후변화 대응을 중심으로 영국의 사례를 발표했다.

마이클 워터스는 “영국은 신재생에너지, 원자력발전 그리고 깨끗한 화석연료를 미래 전력생산의 3가지 중요 요소로 보고 전력부문의 저탄소화와 함께 공급안정 및 가격안정 등 3가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전력시장을 과감하게 개혁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윤원철 한양대 교수는 “9·15 긴급부하조정이 낮은 전기요금이 전기 과소비를 불러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전기요금 현실화를 강력히 주장했다. 또 “우리나라 전력산업이 가격신호체계 부재, 비합리적인 요금체계로 전력이 과소비되고 있을 뿐 아니라 장기 전력수급계획의 실패, 불필요한 정부규제 등으로 또 다른 재앙이 예상된다며, 신속하고 적절한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유상희 동의대 교수의 진행으로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도 우리나라의 전력수급 안정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전력시장 기능의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재형 건국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도 텍사스처럼 공급설비 부족 시 높은 가격을 허용해 발전소 건설에 대한 투자신호를 주는 시장친화적인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수급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경빈 숭실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작금의 수급불안은 장단기 관점에서의 대응 미흡으로 인한 것”이라며 “최소 15%의 공급예비율 확보, 1차 에너지보다 저렴한 전력가격의 우선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SICEM은 전력시장에 관한 국내 유일의 국제적인 전문 컨퍼런스로 전력시장에 관한 선진 이론과 사례를 국내에 접목하기 위해 전력거래소가 매년 개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