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에 빨간 불이 켜지면서 발전공기업 직원들의 근무지 선호도도 덩달아 변하고 있다.
종전만 해도 발전공기업 직원들 중 상당수는 주력사업장에서 일하길 원하는 분위기였다. 본사에 비해 업무강도가 약한데다, 현장기술을 습득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기에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회사별로 주력사업장을 보면 ▲남동발전은 영흥·삼천포화력 ▲중부발전은 보령화력 ▲서부발전은 태안화력 ▲남부발전은 하동화력 ▲동서발전은 당진화력을 들 수 있다.
수도권 일대 발전소도 선호사업장으로 손꼽힌다.
반면, 본사는 가족이 있는 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다는 것 외엔 딱히 내세울 만한 장점이 없다. 퇴근시간도 늦고, 일이 많아서다. 진급을 앞둔 팀장·차장급 직원들 정도만 본사 근무를 희망할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전력수급에 적신호가 켜진 뒤부터다.
발전소가 갑자기 멈춰 설 경우 중징계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모 회사에서는 발전소 불시정지를 이유로 해당직원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도 했다. 남의 일이 아니다. 주말에도 맘 편히 쉬지 못한다.
A발전사 주력사업장 관계자는 “회사에서 퇴근시간에도 스마트폰으로 비상연락망을 수시로 가동·점검하는데다, 한밤중에도 발전소가 불시 정지할 경우 현장에 곧바로 달려가야 하기 때문에 신경을 항상 곤두세우고 있다”며 “징계가 남의 일 같지가 않다”고 털어놨다.
수도권 일대 LNG발전소 근무자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이들 발전소는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에 전기와 난방열을 공급하기 위해 서둘러 지어졌다. 어느덧 준공 20년차다. 툭하면 고장 나기 일쑤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 더욱 불안하다.
B발전사 관계자는 “최근 발전소에서 잇달아 터진 사고에 전력수급 문제가 겹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이럴 바에 일은 고돼도 차라리 본사에 근무하는 게 낫을 뻔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C발전사 관계자는 “본사 근무자들의 노동 강도가 얼마나 큰지 직접 느껴보면 그런 말은 못할 것”이라면서도 “기술파트의 경우 적어도 요즘은 발전운영 쪽보단 건설 분야가 그나마 스트레스를 덜 받는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