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0건 이상 착공 12개사로 집계

　#1. 작년 5월 건설업을 새로 등록한 서울의 아이디경인(주)은 8개월여의 짧은 기간에 무려 667건의 건축물 공사를 착공했다. 기네스북에나 나올 법한 전무후무한 기록이지만 정부, 세무서, 관할 지자체 담당자 중에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2. 인천의 태원종합건설은 동진종합건설로 간판을 바꿔가며 작년 한해 269건의 건축물 공사를 쓸어 담았다. 작년 실적을 토대로 매기는 2012년도 시공능력평가에서 100위권 진입도 노릴 만하지만 지난 2월 등록기준을 채우지 못해 건설면허를 말소당했다.

　대한건설협회가 작년 한해 착공한 전국 시군구의 건축물 3만4474건을 정밀 분석해 7일 공개한 결과다.

　작년 한해 건축물 착공건수 1위는 667건의 아이디경인(주)이 차지했고 같은 서울의 명광산업(619건)과 벽성디엠에스(425건)가 뒤를 이었다. 3개사의 건설업 등록시기는 작년 5월, 3월, 5월이다.

　건협 관계자는 “대형사의 연간 건축물 착공도 100건을 넘기 힘든데, 설립 8~10개월 남짓의 신생업체가 600건 이상의 건축물량을 쓸어담은 셈”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300건 이상 건축물을 착공한 6개사의 작년 전체 착공 건축물은 2722건으로 전체 건설사의 연간 착공 실적의 7.9%를 차지했다. ‘빅6’로 불리는 시평액 상위 6개 메이저사를 능가한다. 착공건수 상위 10곳의 실적 합계는 3815건(11.1%)이고 100건 이상을 착공한 고발대상 12곳의 착공실적은 4214건으로 12.2%를 점유했다. 고발대상(연간 착공 100건 이상)에서 빠졌지만 30건이 넘는 착공건수의 중소업체도 6곳이 나왔다.

　이런 착공 기록이 가능한 이유는 건설업 등록증 불법대여를 색출, 제재할 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름마저 생소한 중소건설사가 이런 놀라운 착공 실적을 기록했다면 의심하는 게 당연하지만 관할 공무원들은 모두 무관심했다.

　그 사이에 불법등록 대여혐의가 드러난 12개 건설사 중 3곳은 등록을 자진반납했거나 고의로 등록을 말소 당했고 30건 이상 착공 건설사 6곳 중 1곳은 자진 폐업했다. 엄청난 불법대여 수수료를 챙긴 업체들의 실체가 사라진 후에야 뒤늦게 적발, 제재한 전형적인 뒷북행정이 된 셈이다.

　다만 이번 조사를 통해 건설업 등록대여 행위가 건축물 착공이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국한된 국지적 현상이란 점을 확인한 게 성과일 뿐이다. 등록대여 의심업체 12곳의 소재지를 보면 서울 7곳, 경기 3곳, 인천 1곳이고 지방권은 충남 1곳(231건 착공)뿐이기 때문이다. 범위를 넓혀 100건 미만, 30건 이상 건축물 착공 건설사(서울 1곳, 경기 1곳, 부산 4곳)까지 합쳐도 수도권 업체가 13곳이고 지방권은 작년 한해 주택시장 과열을 이끈 부산의 4개 사만이 추가된다. 다만 100건 미만 착공업체는 다른 증거가 보강되지 않는 한 불법대여 업체로 간주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발대상에서는 제외했다고 건협은 설명했다.

　건협은 이번 조사 결과를 국토부, 국세청 등에 제공해 불법행위에 대한 행정제재와 세무조사를 통한 불법이익 환수 등의 후속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등록을 반납하거나 폐업해도 대표자를 대상으로 한 법적 형벌과 세금은 유효하기 때문이며 유사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건협 관계자는 “더 중요한 과제는 불법대여 행위를 뿌리뽑을 예방책이며 관련 부처, 지자체와 공조해 건설업 등록 불법대여 여부를 수시로 점검, 조사, 처벌할 시스템을 구축하고 불법업체를 가릴 매뉴얼과 신고센터까지 설치하는 방안을 협의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토부가 페이퍼컴퍼니 퇴출을 위해 대폭 강화한 ‘건설업 등록기준 적합여부 조사’만 해도 체계적 시스템 아래 부실업체를 대거 적발, 퇴출했고 지난 1월 발표한 부적격 혐의 종합건설사 1291곳만 해도 이달 4일까지 30.7%인 399곳에 대한 처분(영업정지 210곳, 등록말소 99곳, 시정명령 83곳, 폐업 7곳)을 적기에 단행하는 가시적 성과를 창출했기 때문이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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